[르포] ‘유커’ 늘었다는데…영종도 사후면세점 불황 지속
  • 인천 =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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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 ‘뚝’ 끊겨
동남아 단체관광객 의존도 높아져
지난 2월15일 오후 2시 인천시 중구 운남동 청하코리아 매장 1층에 마련된 계산대 전원이 모두 꺼져있다. 청하코리아는 이날 경영난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 ⓒ 이정용 기자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출국할 때 공항에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돌려받는다. 외국인들이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쇼핑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외국인에게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관세를 모두 면제해 주는 ‘사전면세점’과 조금 다르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는 영종도에는 그동안 사후면세점 4곳이 문을 열어 놓고 있었지만, 최근에 한 곳이 문을 닫았다.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10월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47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다. 이는 국내에 입국한 유커가 늘어났다는 통계다. 하지만, 영종도에 들어서 있는 사후면세점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르스·한한령 사태 지속…사후면세점 적자 

지난 2월15일 오후 2시쯤 인천시 중구 운남동의 청하코리아. 5층짜리 건물 입구에 ‘close'라는 안내 표지판이 걸려있다. 관광버스들이 주차하는 10면 규모의 주차장도 텅 비었다. 매장 1층에 마련된 계산대도 모두 전원이 꺼져있다. 2003년에 사후면세점으로 문을 연 청하코리아는 이날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청하코리아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국가인증 우수 쇼핑점’으로 지정돼기도 했다. 그동안 유커를 상대로 식료품과 화장품, 기념품 등을 판매해왔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00여대의 관광버스가 유커를 실어 날랐다. 관광버스 한 대당 20~30명이 탑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2000~3000명의 유커가 쇼핑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터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2017년에 불거진 한반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로 매출이 곤두박질 쳤다. 실제로 2016년에는 11억5058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7년에도 10억3034만원의 손해를 봤다.   

청하코리아가 문을 닫으면서 30여명의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청하코리아 경영진의 추전을 받아 관계회사 등으로 이직했지만, 일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할 처지가 됐다. 청하코리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와 사드배치 갈등 이전에는 유커가 정신없이 몰려왔었다”며 “사드배치 갈등이 해소되면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풀었다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유커 발길 뚝…동남아 관광객으로 명맥 유지

청하코리아 인근의  사후면세점 ‘참플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하코리아처럼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유커의 발길이 끊겨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남아 단체관광객들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처지다. 동남아 단체관광객들의 씀씀이는 유커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참플러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참플러스는 지난해 식료품과 잡화를 판매하는 1층 매장만 유지하고, 화장품과 인삼 등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2층 매장은 폐쇄했었다. 이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직원도 20여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 운영비를 줄이면서 메르스 사태와 한한령 한파를 버틴 것이다. 

참플러스는 한한령이 풀렸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2층 매장을 중소기업 화장품 판매장과 뷰티관리숍 등으로 꾸미고 있다. 우수한 제품을 저렴하게 선보이는 판매전략도 짰다. 참플러스 관계자는 “한한령이 풀렸다지만, 아직까지 유커들의 방문은 뜸하다”며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하코리아, 참플러스와 함께 영종도의 3대 사후면세점으로 꼽히는 ‘풍림명품마트’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사업주가 화교도이어서 동남아 단체관광객뿐만 아니라 종종 크루즈를 타고 입국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이 매장에서 구입하는 품목은 대부분이 과자류와 식료품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화장품이나 기념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풍림명품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들어오는 버스 30여대 중 유커는 10여대에 불과하다”며 “동남아 단체관광객이 주요 고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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