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목욕탕 화재…스프링클러 없으면 여지없이 인명사고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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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후 건물에 열악한 소방설비

또 화재다. 그것도 열악한 소방설비 속에서 일어난 허망한 인재(人災)다. 특히 만연한 스프링클러 부재는 여지없이 인명사고로 이어져 왔는데도,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2월19일 오전 7시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남자 사우나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대대적으로 진화작업을 벌여 20분 만에 불을 껐다. 
 

2월19일 오전 불이 난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에서 소방당국이 진화·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19일 오전 불이 난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에서 소방당국이 진화·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명 사망·70여명 부상 
이런 신속한 대처에도 인명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사우나 안에 있던 손님과 건물 다른 시설에 있던 70여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2명은 숨졌다. 사망자들은 각각 40, 50대로 추정되며 남탕에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4층 사우나 남탕 입구 구두 닦는 곳 근처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우나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면적이 2만5090여㎡인 이 건물은 1~2층 상가, 3~4층 목욕탕, 찜질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5층 이상은 아파트로 107가구가 산다. 자칫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불이 난 건물은 원체 화재 위험을 달고 있던 곳이었다. 1977년 건축허가를, 1980년 준공과 함께 사용허가를 받은 노후 건물인데다 소방설비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는 전체 7층 중 3층까지만 설치돼 있었다.  

 

제천·밀양 참사 악몽 연상케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참사는 갖가지 부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인재였으나, 일차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 건물주가 불이 시작된 1층의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를 잠가둬서다. 

제천 참사 불과 한달 뒤 39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는 아예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료시설(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 4층 이상이면서 바닥면적 1000㎡ 이상인 의료시설(특정소방대상물)은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5층 규모 세종병원은 바닥면적이 224.69㎡여서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9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고층 건물 화재는 대부분 조기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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