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74곳 선정
  • 인천 = 이영수 기자 (sisa3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9 16: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공동체 통한 화합·소통…주민들 갈등 ‘이제 그만’
허종식 부시장 “주민 참여·제안사업, 적극 지원할 것”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 우수사례 발표가 제물포스마트타운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 우수사례 발표가 제물포스마트타운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시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1·4동 ‘아리마을.’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아리’라는 말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면서, ‘삶이 참 아리고 쓰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도 이곳 주민들은 서로의 정을 나눠가며 행복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곳 주민들에게 분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리마을에 대한 재개발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개발지역으로 묶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주민들은 서로 갈등했다. 급기야 주민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사이는 멀어져 갔다. 예전의 정답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러던 중 주민 한 명이 집 앞 골목에 꽃을 내놓았다. 꽃을 매개로 이웃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그 꽃을 바라보던 이웃들은 하나 둘씩 집 앞에 꽃을 내놓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에 꽃향기가 퍼지면서 ‘아리마을 통두레’가 만들어졌다. 멀어졌던 이웃들과도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졌다. 마을 주민들은 꽃향기 그윽한 골목골목에 직접 그린 그림도 전시하고 LED 태양열을 이용한 등(燈)을 설치해 저녁에도 그림과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스산했던 골목은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를 확대해 매년 ‘아리마을 국화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아리마을 고유의 축제가 3회째 열리는 등 마을축제로 자리 잡았다. 아리마을 주민들은 이웃 마을들과 연계해 골목환경개선 사업은 물론 국화축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인천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공동체 모습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 갈등 부추긴 주거환경정비사업

현재 인천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103곳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구역은 2012년에 212곳에 달했지만, 2014년 138곳, 2017년 115곳, 2018년 103곳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정비(예정)구역 가운데 ▲재개발 56곳 ▲재건축 22곳 ▲도시환경 6곳 ▲주거환경개선 6곳 ▲주거환경관리 13곳으로 축소됐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5곳으로 모두 10곳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조치다.

그러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보상을 받고 빨리 마을 떠나려는 주민과 절대로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는 주민들 간의 마찰은 첨예했다. 연일 인천시의 도시재생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400여 가구 가운데 많은 주민들이 떠나고 있지만 마을을 지키고 있는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민을 만났다. 그는 “이 동네에서 30여년을 살아왔다. 정이 들어 떠날 수 없는데다 턱 없이 적은 보상 금액으로는 집값 차이 때문에 타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폐허로 변해가는 동네에서 어떻게 생활해야할지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남구 주안동의 또 다른 주민은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다수 주민들은 고령인데,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은행 빚을 내지 않고는 도저히 이사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은행 빚을 갚을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자기 집을 놔두고 전세로 갈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원도심지역의 주민들도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도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화되고 있는 신규 주택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는 것이 원도심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결국 생활은 각박해지고 이웃과의 정다운 대화도 단절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활에 활력을 잃어가면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고춘식 인천시 지역공동체 담당관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원도심권 주민들의 실생활을 보면 예전과 달리 각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며 “그러나 주민들 스스로가 이를 극복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 주도로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빚어진 주민들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를 통한 주민 참여와 화합이 우선돼야 한다”며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제안 사업 적극 지원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제안하고, 시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형태다. 시는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에 대한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시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는 마을활동가들과 교류하며 협력 사업을 구상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각종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유휴공간이 있는 학교의 빈 교실을 선정해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같은 마을공동체 공간은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성된 공동체는 중구 하늘초등학교와 동구 서흥초등학교, 연수구 선학중학교와 중구 제물포고등학교 등 4개 학교다. 주민이 제안하고 시와 교육청, 자치단체가 협의해 조성한 공간이다. 이곳은 발표회장과 문화플랫폼·북카페·평생 교육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는 오는 2022년까지 20개 학교를 선정해 빈 교실과 복도 등을 이용한 마을공동체 ‘어울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95개 마을공동체가 제안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가운데 74개 사업을 선정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우수사례에서 6개 지역이 마을공동체 형성 과정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것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업을 제안하고 주민들 스스로가 마을을 가꿔나간다는 점이다. 소통과 화합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주민들이 일궈낸 작지만 강한 단결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이웃 간의 관계 형성을 통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지역공동체 실현을 위한 사람 중심의 사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우리 마을의 변화를 위한 작은 노력에서 삶의 질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