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5·18 유공자?…“동명이인, 다른 사람”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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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단체 버럭…“문 대통령 5·18유공자설은 사실무근”
“문씨 1938년생 vs 문 대통령 1953년생, 어떻게 같냐”
“보수 세력들, 제대로 사실확인도 않고 의혹제기라니…”

“하다하다 이젠 장난하는 건가?”

2월 19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1층 사무실에서 만난 5·18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라는 루머가 떠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버럭 화부터 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보수우익 층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이 5·18 유공자일 수 있다는 풍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광주 5·18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 5·18 관련자 명패에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확인되면서다.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과연 유공자 ‘문재인’이 문 대통령일까. 

광주 5·18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에 설치된 어머니 조각상 뒤쪽 벽면엔 5·18 관련자 4296명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붙여져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5·18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에 설치된 어머니 조각상 뒤쪽 벽면엔 5·18 관련자 4296명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붙여져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문재인’이 새겨진 광주 5·18기념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의 명단 일부  ⓒ시사저널 정성환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광주 5·18기념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의 명단 일부 ⓒ시사저널 정성환

 

유공자 문씨 vs 문 대통령 어떻게 다를까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 이곳 어머니 조각상 뒤쪽 벽면엔 5·18 피해보상자 4296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적힌 오석(烏石·흑요암) 명패가 빽빽이 붙여져 있다. 이들 명패가 차지한 공간만 높이 2.2m, 길이 22m에 달한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 피해자들이다. 문익환, 명노근 등 민주인사와 이해찬, 설훈, 이협, 손주항씨 등 전현직 정치인들의 명패도 걸려있다. 이 중에는 ‘문재인’이라는 이름의 명패도 붙어 있다. 이를 확인한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억측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답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5·18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5·18부상자동지회 한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유공자 명단에 포함된 문씨는 문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공자 문씨와 문 대통령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생년월일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 관계자의 얘기다. “동명이인의 명패에만 생년월일이 기재된 데서 비롯된 혼선 같습니다. 생년월일 기재 없이 한글로만 적혀 있는 문재인 이름만 놓고 보면 소문이 사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이 같은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해서 가짜뉴스 차단 차원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해봤습니다. 확인결과 문씨는 1938년 1월생이고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생으로 무려 15년의 나이 차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셈이다.

5·18단체에서 파악하고 있는 문씨의 근황도 낭설의 근거다. 5·18부상자동지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씨는 광주 광산구에 살다가 서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십여 전만 해도 가끔씩 사무실에 들르기도 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최근 근황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목도한 대로라면 문씨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닌 8호 5·18상이자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광주시민이라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따라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확인해 주기가 난감한 처지다”면서도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선문답을 던졌다.

광주 5·18기념공원 내 5·18현황 조각과 추모승화공간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5·18기념공원 내 5·18현황 조각과 추모승화공간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시는 당초 1999년 5·18기념공원을 준공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 기타 희생자 등 4321명의 이름을 명패에 새겨 추모승화공간 벽면에 설치했다. 시는 이어 2000년 6월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가짜 5·18피해보상자 30명의 명패를 떼어낸 뒤 2005년 5차 피해 보상 심사 때까지 확인된 관련자들의 명패를 추가 제작해 설치했다.

추모공간에 적힌 피해자들의 명단은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5·18 유공자 명단과 대부분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훈처는 5·18피해보상자들이 유공자 지정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광주시의 보상금 지급 심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요구한 5·18유공자 명단이 사실상 공개돼 있는 셈이다.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5·18 유공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415명이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181명, 5·18 부상자 2762명(본인 2289명·유족 473명), 5·18 기타 희생자 1472명(본인 1327명·유족 145명) 등이다.

광주시민 이 아무개(광주 북구 용봉동)씨는 “5·18 유공자를 둘러싼 근거없는 루머가 광주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며 “이미 결론 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남은 5·18 진상 규명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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