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가 현재 겨누는 잣대로…‘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확산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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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확보, 김은경 전 장관 출국금지 등 수사망 좁혀가는 검찰

그간 다른 이슈에 묻혔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와 함께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 나선 1월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 나선 1월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장관' 전용 폴더에서 발견된 문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은 앞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자신이 몸담았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26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해당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환경부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해 12월27일 김 전 장관과 박찬규 환경부 차관, 주대영 전 환경부 감사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1월14일 환경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환경공단 임원 일부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 이들 중 일부에 대한 감사 계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 속에서 발견한 '장관' 전용 폴더에는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말 김은경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초엔 김 전 장관을 소환해 블랙리스트 의혹과 '표적 감사' 의혹 등에 대해 조사했고, 이후 출국금지 조처까지 내렸다.

 

한국당 "내로남불, 新적폐" 역공…파장 확산 조짐  

소속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코너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은 역공에 나섰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신(新)적폐' 등 표현을 써가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까지 끌고와 현 정권의 도덕성에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댓글조작, 블랙리스트 작성 등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위(非違)를 문제삼아 단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비판했던 대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2017년 7월1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2017년 7월1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특히 김 지사, 김 전 장관 등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참여정부 때부터 남다른 인연을 이어온 인사란 점이 청와대 입장에선 더욱 뼈아프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18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어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감옥에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이제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권력을 잡았다고 넘어가면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정권'이라는 사람들이 지난 정권보다 더한 적폐를 쌓으며 사실상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정확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으나, 제기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권에 미칠 타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댓글조작, 블랙리스트 작성, 민간인 사찰 등 지난 정권 때 행해졌던 세 가지는 앞으로 재발해서도 안 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며 "그런데 블랙리스트 등이 지난 정권이 아닌 현 정권 내에서도 존재했단 사실이 확인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는 처음엔 모르는 일이라 얘기했고, (아직)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고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검찰 수사·정국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이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표적 감사 논란에는 "환경부의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며, 산하 공공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체크리스트'"라며 "특히 산하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부처와 청와대의 협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절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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