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지갑 주우면 횡재가 아니라 ‘횡령’이다”
  • 남기엽 변호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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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3화 - 물건 주워 바로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물횡령죄’ 성립

길가에 떨어진 100달러, 주울 것인가. 빌게이츠는 초(秒)당 소득이 100달러를 넘어 줍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의 경우는? 역시 줍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유는 나중에 밝히기로 한다.

‘범죄자' 되기가 쉽지만은 않다. 착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닐지라도, 법은 지켰다. 내 아무리 멋대로 살아왔기로서니 법을 어기랴. 다들 생각은 이런데, 그럼에도 자기도 모르게 죄 짓기 쉬운 범죄가 있다. 음주운전이 그렇고(설마 걸리겠어?) 교통사고가 그렇다(12대 중과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추가될 것이다. 무슨 뜻일까.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횡령한 죄라는 뜻이다. 지금 장난하냐는, 혹시 모를 독자를 위해 첨언하면, '이탈'에 주목하길 권한다. 내 물건을 내가 이탈시킬 수 있을까? 어색하다. 나도 모르게 물건이 떨어져 나간(이탈) 것이다. 대표적으로 남이 실수로 떨어트린 물건, 그래, 그게 점유이탈물이다. 그리고 이걸 '이제 내 것'이라며(영득의사) 챙기면(횡령) 죄가 된다.

물건을 주우면 횡재가 아니라 횡령인 것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박아무개씨는 성실하고 꿈 많은 대학생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당국에서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 같은 삶을 꿈꿨다. 비가 엄청 오던 어느 날, 버스에 탔던 박씨는 우산이 없었고 건너편 좌석에 장대우산이 홀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저걸 쓰고 갈까?" 끽해야 돈만원도 안 할 것 같은 그 저렴함이 박씨의 의지를 굳건하게 했고 결국 박씨는 우산을 챙겼다.

그런데 그 우산은 사실 한 사람의 많은 사연이 담긴 명품 우산이었다. 우산의 주인은 버스의 종점까지 가서 우산을 찾았지만 행방은 불명, 결국 CCTV를 확인하게 된다. 박씨의 신원은 특정됐고 결국 그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됐다. 그 우산이 소위 '짝퉁'이었다는 사정은 유무죄를 가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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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가 있다. 평소 건조한 몸을 녹이기 위해 스파를 이용하는 김아무개씨. 그녀는 여느 때처럼 사장과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여유 있게 스파를 즐기고 짐을 챙겨 나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즐긴 터라 급하게 나오던 도중 복도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지갑을 주운 김씨는 약간의 현금과 신분증 및 신용·체크카드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1주일간 보관하고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혹시 지갑을 주웠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김씨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했다. 왜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돌려주려 했지만 바빠서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경찰이 믿기 어렵다 하자 김씨는 믿으라 했다. 그리고 3주 뒤, 김씨는 경찰서에 출석해 지갑을 돌려주었으나 기소되었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김씨를 믿어주었다. 김씨가 지갑을 그대로 사무실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고, 현금을 쓰지 않았으며, 지갑을 돌려주려 경찰서에 가려 했는데 바빠서 가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져갈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르게 봤다. 판사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관 전화를 받았음에도 돌려주지 않다가 한달 가까이 되어 돌려준 점도 이상하고 지갑에 신분증이 있으면 이를 확인하고 연락하는 것이 "돌려주려 했다"는 김씨의 말과 부합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범죄자가 됐다.

"정말 가지려고 주운 것이 아니고, 돌려주려 했어요"라며 김씨는 흐느꼈고, 절규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100%의 실체적 진실은 사실 변호사도, 판사도 모른다. 변호인은 무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최선을 다해 무죄변론을 하고 판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면 엄숙하게 유죄판결을 한다. 어느 경우든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런 확신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100%의 진실은 오직 김씨만이 알 것이다. 바빠서 무신경했을지언정 추호도 가질 생각은 없었는지, 아니면 사태를 주시하다 잠잠해지면 갖거나 적당히 현금 몇 푼만 쓰고 버리려했을 것인지.

물건을 주워 범죄자가 되는 이런 케이스는 연평균 약 3만3000건으로 강제추행(약 1만1000건), 횡령(약 1만1000건)보다 많다. 그럼에도 검거율은 전체범죄율 평균(80%중반)보다 훨씬 낮은 30% 안팎이다. 그러니까 낮은 검거율이 더 많은 범행을 부추기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본인이 부주의해서 잃어버린 것인데 피해만 회복하면 좀 봐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시의 부주의로 물건을 영영 잃게 된 입장이 되어본 자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길가에 떨어진 100달러의 횡재(橫財: 뜻밖의 재물), 잘못하면 횡재(橫災: 뜻밖의 재난)될 수 있다.

 

남기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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