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승차공유 갈등 속, ‘타다’를 타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2 12: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택시보다 편하다” 호평 이어지는 가운데 요금 차이마저 줄어…결국 법정공방으로 번질듯

2월19일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근처.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운행 차량이 길가에 멈춰 섰다. 곧 뒤따르던 서너 대의 택시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댔다. 양쪽 업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기자는 이날 낮 1시 타다를 이용해 서울 합정역에서 약 7km 떨어진 신용산역으로 이동해 봤다. 타다를 부르는 방식은 여느 승차공유 서비스와 비슷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인근 차량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차를 부른 지 1분도 안 돼 마포구 성산동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량이 매칭됐다. 

10분쯤 뒤, 기아 카니발 차량이 도착했다. 운행 차량은 모두 같은 모델이다. 여객자동차법 시행령상 운전기사 알선이 허용되는 사람은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어서다. 차가 넓어서 최대 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자가 손잡이를 잡고 차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자동문이었다. 차량 중간엔 방향제와 휴대폰 충전기가 놓여 있었다. 차량에서 잔잔히 들리는 음악은 93.1MHz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이었다. 

“어서오세요” “안전벨트 메주세요.” 차를 타고 10분 동안 기사에게 들은 말은 이 두 마디가 전부였다. 기사 최아무개씨는 “운행 매뉴얼에 따라 손님에겐 말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점은 타다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신문이 2017년 9월 택시 승객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9.1%(87명)가 ‘침묵택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다의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시속 80km. 급정거와 급출발은 없었다. 모두 운행 매뉴얼에 나오는 지침이라고 한다. 굳이 빨리 달릴 이유도 없다. 시간을 아껴 손님을 많이 태워도 기사에게 떨어지는 추가 수당은 없기 때문이다. 

2월19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 앞에서 동대문 신설동으로 가려고 기자가 타다를 불렀다. ⓒ 공성윤 기자
2월19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 앞에서 동대문 신설동으로 가려고 기자가 타다를 불렀다. ⓒ 공성윤 기자

 

타다의 운행 차량 안. 중간에 방향제와 휴대폰 충전기가 있다. ⓒ 공성윤 기자
타다의 운행 차량 안. 중간에 방향제와 휴대폰 충전기가 있다. ⓒ 공성윤 기자

 

음악, 향기, 침묵, 편의, 그리고 안전

타다 기사는 시급 1만원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프리랜서다. 같은 이유로 승차거부도 없고, 승객의 목적지가 기사에게 미리 뜨지 않으니 그럴 수도 없다. 2017년 서울시에 신고된 택시 불만 2만2420건 중 승차거부는 6906건으로 30%를 차지했다. 불친절(33%, 7567건)에 이어 빈도가 두 번째로 높았다. 

취재를 앞두고 만난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다. “타다 기사님들은 인터뷰하기 쉬울 거에요. 서둘러서 운전하지 않으니까요.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면 일부러 돌아가도 됩니다. 물론 요금은 좀 나오겠죠.”

약 25분 뒤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9800원. 미리 앱에 등록해놓은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동일 시간대에 같은 경로를 네이버 지도로 찾아봤다. 택시를 탈 경우 예상 요금은 8400원. “타다가 택시보다 10~20% 비싸다”는 회사 측의 예상은 얼추 들어맞았다. 2월 16일부턴 요금 차이가 더 줄어들었다. 이날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라서다. 

퇴근 시간엔 타다와 택시 요금이 비슷할 때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자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에서 타다를 이용해 동대문 신설동으로 갔다. 33분 동안 약 8km를 달리고 낸 요금은 1만1300원. 네이버 지도에 따른 택시 요금은 1만1500원이었다. 택시 요금은 거리·시간을 모두 따지는 ‘병산제(竝算制)’로 계산되는 반면, 타다 요금은 거리만 기준으로 하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타다를 타고 가던 도중 차량 앞에서 또 타다가 운행 중인 걸 봤다. ⓒ 공성윤 기자
타다를 타고 가던 도중 앞에서 또 다른 타다 차량이 운행 중인 걸 봤다.
ⓒ 공성윤 기자
2월19일 낮 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용산구 신용산역까지 택시와 타다를 각각 타면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비교해봤다. 네이버 지도에 따른 택시 요금은 8400원(왼쪽), 타다 예상 요금은 8700~9800원(가운데), 실제 타다 요금은 9800원(오른쪽)이 나왔다.
2월19일 낮 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용산구 신용산역까지 택시와 타다를 각각 타면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비교해봤다. 네이버 지도에 따른 택시 요금은 8400원(왼쪽), 타다 예상 요금은 8700~9800원(가운데), 실제 타다 요금은 9800원(오른쪽)이 나왔다. 
ⓒ 네이버 지도와 타다 앱 캡처
간혹 배차 수요가 많아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 공성윤 기자
간혹 배차 수요가 많아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 공성윤 기자

서비스와 안전함, 그리고 택시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은 요금. 이 3박자를 갖춘 타다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비스 개시 100일 째인 1월15일 가입자 수는 25만명이 넘었다. 호출 건수는 초기에 비해 200배 늘었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대중교통을 탈 때 돈을 더 주고라도 안전을 사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타다 기사 김아무개씨는 “전체적으로 여성 손님 비율이 높다”고 했다. 출퇴근길에 늘 타다를 이용한다는 디자이너 박아무개씨(34․여)는 “말을 걸지 않고 운전을 편하게 해서 비싸도 계속 이용하게 된다”고 했다. 

 

계속되는 갈등…카풀 이어 타다와 ‘2라운드’ 돌입한 택시

이처럼 승차공유 서비스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택시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타다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작년 10월엔 합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태영 택시조합 기획정책팀 주임은 2월20일 시사저널에 “타다에 대한 반대 입장은 이전부터 계속 내비쳐왔다”며 “그러다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타다를 법 테두리 안에 끌어들이자 고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택시의 위기감은 극단적 선택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버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 뉴욕에선 2017년 택시기사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택시기사 2명이 분신자살했다. 2월11일엔 기사의 세 번째 분신시도가 있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 9명은 2월11일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다. 고발 대상엔 VCNC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카카오 카풀은 ‘자가용 유상운송 논란’과 택시업계의 반발을 넘지 못하고 중단됐다. 하지만 타다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2월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는 여객자동차법에 의거한 지극히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반박했다. 또 고발인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무고 혐의로 법적 대응하는 걸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2018년 12월20일 오후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 박은숙 기자
2018년 12월20일 오후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 박은숙 기자

 

설 자리 좁아지는 택시…해결방법은?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없을까. 타다 기사 최씨는 이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타다 대신 택시를 타면 된다”고 했다. 법정 속도에서 다소 자유로운 택시가 기동성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택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이태영 주임은 “택시 서비스 개선을 향한 목소리가 큰 걸 안다”며 “여성전용택시 등 승객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 택시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반대로 타다 측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다. 기사들이 돌아다니면서 호출을 받는, 이른바 ‘배회영업’이다. 이 자체가 법적 용어는 아니다. 여객자동차법상 위법 여부를 따질 수도 없다. 단 이태영 주임은 “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표준약관은 렌터카의 반환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며 “원칙상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는 영업이 끝나면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타다 측은 “특정 공간에서 대기하다 콜을 받으므로 괜찮다”는 입장이다. 기사들은 그 공간을 ‘대기지’라 불렀다. 이는 차를 잠시 세워둬도 괜찮은 생활도로 등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단 기자가 타다 기사들과 얘기해보니, 대기지에 가기 전에 손님을 태우러 우회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타다를 고발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

끊이지 않는 갈등 속에 타다는 먼저 택시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2월21일 타다 운영회사 VCNC는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오는 4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인택시나 개인택시를 타다의 파트너로 모시겠다는 전략이다. 파트너가 된 택시기사들은 기존 타다의 매뉴얼대로 차를 운행하게 된다. 요금은 현재 타다보다 최고 20% 정도 높게 책정될 예정이다. 올해 1000대 도입이 목표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택시업계와 협업해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4월부터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타다 플랫폼 이용고객들이 참여한 법인ㆍ개인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날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서 박재욱 VCNC 대표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택시업계와 협업해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4월부터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타다 플랫폼 이용고객들이 참여한 법인·개인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날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서
박재욱 VCNC 대표가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