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포용국가’…소득격차 사상최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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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지표 악화·경기 침체 속 부담 더욱 커진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 참석해 모니터에 표시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표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 참석해 모니터에 표시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표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포용국가'를 사회정책 분야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개념이 이때 공식화됐을 뿐, 정부는 관련 기조를 문재인 대통령 취임 때부터 유지해 왔다. 포용국가의 '포용'이란,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국가 비전 제시는 한마디로 '다 같이 좀 잘 살자'는 호소다. 

포용국가 비전 성과를 나타낼 경제지표로는 소득 격차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아직 정책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최근 악화되는 지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계청이 2월21일 공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구원 2인 이상 일반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로 전년 4분기보다 0.86포인트 높았다.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한 5분위 배율은 네 분기 연속 상승세다. 상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 가구원의 소득보다 5.47배 크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5분위 배율은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또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한 5분위 배율 상승 폭은 모든 분기를 통틀어 지난해 4분기가 가장 컸다. 소득 분배 불균등성이 커진 것은 1분위 소득이 기록적으로 줄고 5분위 소득은 늘어난 탓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가 줄어 근로소득이 감소한 게 분배 지표 악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계의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17.7% 감소한 123만8200원이었다. 감소율은 지난해 3분기(-7.0%)보다 대폭 확대되면서 4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근로소득보다는 부동산 가격 등 재산상 이득의 영향을 많이 받는 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지난해 4분기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10.4%)으로 증가해 932만4300원을 기록했다. 

한편, 정부의 포용국가 비전은 고착화된 사회 인식과 함께 악화 일로인 경제 상황까지 반전시켜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당장 소득 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이라는 소식에 인터넷상엔 '경제 성장, 분배 모두 놓쳤다. 세금을 그렇게 쏟아붓고 받아든 성적표가 이거냐' '사회를 바꾸는 고통의 시간이라 변명하지 마라' '정책 기조를 지금이라도 바꿔라'는 등 격앙된 반응이 줄을 이었다.

주력산업 부진, 고용 악화, 신(新)성장 동력 부재 등 경기 악재는 아직 회복될 기미가 없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정책 보완을 약속했다.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대 경제 정책 기조 중 방점을 혁신성장에 찍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소득 분배를 악화시킨 고용지표 부진에 대해선 "가장 힘들고 아쉽고 아픈 점"이라고 고백했다. 다만 그는 "정부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가면서도 보완할 점을 충분히 보완해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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