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빅리거들 가세로 벌써부터 들썩이는 K리그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4 15: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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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위 돌풍 경남, 공격적 투자로 분위기 주도
머치·루크 등 영입

외국인 농사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K리그 각 팀들이 명운을 거는 업무다. 국적과 상관없이 3명, 그리고 아시아(호주 포함) 국적의 1명을 활용할 수 있는 3+1 외국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적으로 직결된다. 시즌이 끝나면 실망스러웠던 외국인 선수는 정리되고, 새로운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올겨울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이름값 있는 선수 다수가 새로 입성했다. 그중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 구단이 아닌 시·도민구단이 추진한 성과도 있다. 지난해 2위 돌풍을 일으킨 경남FC가 새로 영입한 용병들의 면면이 눈길을 끈다. 유럽 빅리거를 차례로 보강했기 때문이다. 

조던 머치 ⓒ AP 연합
조던 머치 ⓒ AP 연합

말컹 보낸 경남, 유럽 빅리거들 깜짝 영입

우선 공격형 미드필더 조던 머치가 왔다.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카디프시티, 퀸스파크 레인저스, 크리스털 팰리스 등에서 김보경·윤석영·이청용 등 한국 선수들과 함께 활약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부상으로 인해 한창 때보다 활약은 떨어졌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년간 활약하며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도 가능했던 선수를 도민구단이 데려온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네덜란드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루크는 카스타이노스도 경남 유니폼을 입는다. 말컹의 공백을 메울 스트라이커다. 2010년 손흥민, 네이마르, 필리페 쿠티뉴,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최고의 유망주 23인에 뽑혔던 선수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네덜란드), 인터밀란(이탈리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 등 유럽 명문팀에서 뛰었다.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소속이던 그는 경남의 열렬한 구애 끝에 아시아로의 도전을 택했다. 

경남의 도전은 신선하다. 지난해 돌풍의 주역 말컹이 중국 무대로 옮겨가며 남긴 거액의 이적료(약 65억원)를 재투자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 진출권을 따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공에 대한 의지다.

위험 부담이 큰 베팅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름값과 연봉에 비해 최근 활약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머치는 반복된 부상으로, 루크는 최근 3년간 큰 활약이 없어 평가가 꺾인 상태다. 기본적인 능력은 있는 만큼 잭팟이 터질 수 있지만,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두 선수를 안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따라붙는다. 실제로 두 선수는 1년 단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영입 판도는 최근 변화하고 있다. 브라질에 집중됐던 흐름에서 유럽의 다양한 국적의 재능 있는 선수로 다각화되는 분위기다. 유럽의 축구 인력시장이라는 발칸반도 출신 선수들이 1차적으로 주목받는다. K리그의 터줏대감 데얀(몬테네그로, 수원 삼성)이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주는 가운데, 지난 시즌 무고사(몬테네그로, 인천 유나이티드)와 사리치(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수원 삼성)가 맹활약하며 1990년대 말 불었던 발칸 열풍이 재점화됐다.

세르비아 리그 득점왕 출신인 페시치(세르비아, FC서울)는 제2의 데얀으로 눈길을 끈다. 그 역시 툴루즈(프랑스), 아탈란타(이탈리아) 등 유럽 빅리그를 거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최용수 감독이 과감한 러브콜을 해 1년6개월 임대 방식으로 영입했다. 최 감독은 “데얀 이상의 재목”이라며 벌써부터 만족감을 표시했다. 

루크 카스타이노스 ⓒ AP 연합
페시치(왼쪽) ⓒ AP 연합

다시 뜨는 유럽 vs 믿고 쓰는 브라질

빌비야(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강원FC)도 눈길을 끈다. 자국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지난해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지난 시즌 말컹과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친 제리치를 잔류시킨 강원이 공격 파트너로 데려왔다. 제공권과 힘이 좋은 제리치와 축구 지능과 골 결정력이 좋은 빌비야의 호흡은 동계훈련부터 돋보여 김병수 감독 체제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강원의 비밀병기라는 평가다. 

예전 수원FC에서 다년간 활약한 수비수 블라단(몬테네그로, 포항 스틸러스)도 2년 만에 K리그로 복귀했다. 블트이스(네덜란드, 울산 현대), 하마드(이라크계 스웨덴, 인천) 등 유럽 출신 선수들의 국적은 다양해졌다. 지난 시즌 중반 영입한 믹스 디스커루드(노르웨이계 미국, 울산 현대)의 성공을 본 각 팀들의 스카우트 범위가 넓어진다는 증거다. 

그래도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는 세계 최대 ‘선수 수출국’ 브라질이다. 총 14명으로 K리그1 전체 외국인 쿼터(아시아 쿼터 제외) 중 42%가 넘는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 15위 내에 브라질 선수가 7명이었다. 말컹이 떠났지만 주니오(울산), 로페즈(전북), 에드가(대구), 아드리아노(전북), 세징야(대구) 등은 올 시즌도 K리그를 누빈다. 동남아 무대에서 맹활약한 데이비드 다 실바(포항)가 돋보이는 새 얼굴이다.  

최근 시들했던 아시아 쿼터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 것도 2019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의 변화 분위기다. 지난 시즌 경남이 일본 출신 공격수 쿠니모토로 큰 성공을 거두며 반전됐다. 기존의 쿠니모토와 츠바사(일본, 대구), 알렉스(호주, 제주) 외에 5명의 새로운 아시아 쿼터가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콩푸엉(인천 유나이티드)이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스즈키컵 우승과 아시안컵 8강 진출로 정점을 찍은 박항서 매직의 주역이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프런트와 전력 상승을 원하는 욘 안데르센 감독,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요구가 부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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