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100권, 1850만 부 판매 일군 ‘트라이앵글’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3 10: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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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믹 메이플스토리》 100권 완간한 송도수 작가·서정은 만화가·최원영 서울문화사 본부장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날지만, 시리즈 만화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를 정립해야 한다. 기획, 글, 그림이 이 세 가지 요소다. 2004년 첫 출간된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2월20일 시리즈의 마지막인 100권을 발간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판매부수가 1850만 부이니, 이문열 《삼국지》나 조정래 《태백산맥》의 위업을 잇는 대단한 숫자다. ‘초통령’ 즉,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거대한 성을 쌓은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에도 이 세 가지가 충족됐다. 이 주역들을 용산에서 만나봤다. 

(왼쪽부터)서정은 만화가, 최원영 서울문화사 본부장,송도수 작가
(왼쪽부터)서정은 만화가, 최원영 서울문화사 본부장,송도수 작가

이 시리즈의 탄생은 최원영 서울문화사 상무(아동사업본부장)가 2003년 게임쇼에서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 게임에서 전사·궁수·마법사·도적으로 존재했던 캐릭터가 최 상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미 《코믹 크레이지아케이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만남은 다음 해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기획했던 2003년 당시 초등학생도 학업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컸던 만큼, 피로감을 줄이고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코믹 메이플스토리》에 학습 내용이 담겨 있진 않지만, 학습보다 더 깊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습니다. 15년간 《코믹 메이플스토리》 안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공감하며 독자들도 저희들도 함께 성장했습니다.”(최원영)

송도수 작가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작업 전까지 십여 년간을 성인 작품만 해 왔다. 그에게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아동만화 1호 작품이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로 시리즈를 이끌었다. 

“독자들이 기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보내주셨을 때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물론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꼈고요. 작품이 방대해지자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손을 떠나 생명을 얻은 듯한 느낌이죠.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송도수)

작가에게 15년의 시간은 절대적이고, 세대의 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극복한 비법은 무엇일까.

“세대라는 것을 아예 의식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어요. 나이 먹으면 세속의 때가 묻는다고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때에 불과할 뿐, 그 안에는 진짜가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재미있고 내가 감동받는 이야기를 씁니다. 또 착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극복해 준 것 같습니다.”(송도수)

만화에서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한 게 그림이다. 그런 점에서 서정은 만화가를 발탁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최원영 상무와 서정은 만화가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의 첫 만남은 만화 편집자로서 첫발을 디뎠던 월간만화 《보물섬》의 신입기자와 작품 기고를 위해 편집부를 방문한 고1의 만화가 지망생 때였다. 그 만남 이후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고, 《코믹 메이플스토리》 100권도 함께 하게 됐다. 

“그간의 작업은 피를 말리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만화 속에는 사람들이 느낄 희로애락이 같이 존재하고, 아이들 만화라고 하기에 힘들 정도로 기승전결이 복잡합니다. 만화가 역시 이런 감정선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작가는 물론이고 최원영 편집장도 제가 그린 만화의 감정을 읽어내고, 수정도 요청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중요한 콤비였습니다. 완간을 맞으니, 그런 시간들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느낌입니다.”(서정은)

100권이 나오는 동안 1850만 부가 팔렸다는 것은 권당 18만5000부가 팔린 셈이 된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코믹 메이플스토리》 주인공들은 가장 인상적인 페르소나로 자리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스토리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이들이 모험을 통해 흥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선’한 아이들이 ‘악’한 괴물들에 맞서 극복하는 것,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려움을 헤쳐 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또 정서적으로 만족스럽고, 인지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과 아이가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최원영)

그래서일까. 이 만화로 인해 부모님들이 게임이나 만화에 갖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학부모들의 강력한 학습만화 개발 요청으로 《코믹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이용한 《수학도둑》 시리즈도 탄생했다. 현재 68권이 나왔고, 누계부수는 650만 부다. 두 시리즈는 격월간으로 발행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달에 한 권씩 발간하는 어려운 여정을 걸어왔다. 이런 힘든 여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기분으로 구상해 나 자신이 그 안에 빠져들어갑니다. 작가 자신이 그 세계 안의 존재가 돼야 합니다. 이것만 되면 많은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는 것도 생각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것 같습니다.”(송도수)

반면에 서정은 만화가는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다. 

“힘든 작업도 끝나면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위로로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낚시 관련 창의적 상품을 기획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 큰 것은 독자들의 사랑이었습니다. 아이 운동회에 갔는데, 저에게 사인해 달라고 하는 바람에 쫓겨날 정도로 아이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때는 초통령이라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서정은)

그간의 성공을 위해 벌인 마케팅적 노력도 적지 않다. 부정기적이었던 출간일을 ‘짝수 달 20일’로 정한 정기간행물 시스템 도입, 단행본 최초로 정기구독제 도입, 《코믹 메이플스토리》 만화공모전, 작가 사인회, 팬카페 기수별 화실 방문 등을 가지며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다.

이 시리즈는 이미 중국 만화를 대표하는 금룡상에서 ‘해외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뮤지컬로도 상영되는 등 원소스 멀티유즈의 상징이 됐다. 이번 완간을 계기로 더 생명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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