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왜 극우 세력이 등장하는가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5 09: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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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극우’는 우리와는 먼 나라 얘기였습니다. 침략을 저질렀던 과거를 부정하며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본 극우 세력, 몰려드는 난민들에 대한 혐오와 테러가 횡행하는 불안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력을 확장한 유럽 극우 세력 등이 주로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며 탄핵 이후 거리로 나선 이들이 강하게 결집하며 새로운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유럽 극우 세력의 상징은 ‘앵그리 화이트 맨(angry white men)’입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angry old me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연히 막말을 하며 “탄핵은 부당했다” 외칩니다. 합동연설회장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제대로 연설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리더십이 붕괴된 상황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자 극우 세력이 제도 정치권에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연구자들은 경제·사회·정치적 박탈감이 클 때 극우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주목되는 점은 실제로 경제적 박탈감이 크지 않더라도 정치·사회적 지위의 감소가 극우 지지를 추동하는 역할도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즉 박탈감을 자극하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주장이 극우 정치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보수건 진보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화입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현실에 맞춰 끊임없이 변해야 생명력을 갖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러하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상인적인 현실 감각’이 필요하지요. 변하지 않는 것은 수구입니다. 보수를 표방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최근 모습은 수구에 가깝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은 결국 밀려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새 체제를 갖춰 출범하는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30대 기업 오너가의 재산 변동을 집중 추적했습니다. 지난 5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시사저널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함께 분석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달라지는 재계의 판도를 이해하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의 함수관계는 어떨지 등도 분석했습니다. 규칙적인 삼시 세끼의 중요성을 다룬 건강 기사도 배치했습니다.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 일은 늘 두렵고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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