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화력발전소 일대 굴·바지락 집단폐사···“예고된 재앙”
  • 경기 = 박승봉 기자 (sisa2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6 16: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권 어촌계 “3년 전 당진화력 9·10호기 준공 때부터 굴 석화 진행 의혹제기”
화력발전소 “온배수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 영향 인정”
경기도 “조사범위 너무 방대해 국가차원에서 해야”
경기만 일대 섬주변 굴 집단폐사 모습 ⓒ시사저널 사진팀
경기만 일대 섬주변 굴 집단폐사 모습 ⓒ시사저널

올해 굴과 바지락 채취는 10%도 안 된다. 모두 집단폐사해서 경기만 일대 어촌계가 최소 수천만에서 최대 수억 원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경기만 일대 어촌계장 A(50)씨는 집단 폐사된 굴 영상을 기자에게 보내주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는 이어 “3년 전부터 굴양식장이 알 없이 석화되기 시작하면서 보통 150일 동안 마을사람들이 굴 채취를 하는데 올해는 10일도 못해 피해가 심각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경기만 일대 죽음의 바다로 변할 수 있어

충남연구원에서 발표한 학술자료에 따르면 화력 발전은 대기와 수질에 막대한 환경적 위해를 야기하는데,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먼지(PM 2.5, PM10)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대량 배출하며, 발전소의 냉각수로 사용된 후 바다에 배출되는 발전 온배수는 청정해역의 해양 생태계를 훼손하고 수산자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경기만과 충청환경감시단체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에 따른 대기 및 해양 오염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서해안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해안가에 지어져 있는 화력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감시기구가 지자체별로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단체 관계자는 수온은 해양생태계에서 빛 다음으로 중요한 환경요인으로 온배수 형태로 해양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적정 수온의 범위 내에서는 수온 상승이 해양생물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임계수온 이상에서는 해양생물의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생산성 저하 및 서식 범위 축소 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해양생물의 사망을 초래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착성 어패류가 많이 서식하는 어장 및 양식어장에 온배수가 배출되면 생물의 도피가 어렵기 때문에 굴이 석화되는 열오염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굴 산란기와 유생기에 온배수로 식물성 동물성 플랑크톤 먹이가 부족하면 결국 굴이 폐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강조했다.

 

경기만 일대 섬 대부분이 굴 집단폐사···"피해보상 하루속히 이뤄져야"

경기만 일대 자월도, 승봉도, 덕적도, 풍도, 육도까지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촌계장들은 경기만 주변에 영흥발전소, 당진발전소, 태안발전소 26기의 화력발전소 온배수가 그 원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2016년 이후 당진화력 9 · 10호기에 이어 태안화력  9 · 10호기의 준공 시점과 바위에 부착생활을 하면서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굴과 바지락 등이 집단폐사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거의 일치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승봉도 어민 B(60)씨는 “3년 전만해도 가구당 1500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매년 이어지는 겨울철 주 소득사업과 일거리가 사라졌다"고 망연자실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경기만 일대 어촌계에서는 군청이나 시청에 피해 원인조사를 요구 했으나 해당 업무 관계자는 조사용역비용예산을 세우기가 힘들다. 또한 자료조사가 방대해 지자체에서 나서기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경기만 일대 당진화력발전소 관계자들은 온배수로 인한 어촌계 피해에 대해 담당자가 전화를 주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답변을 듣질 못했다.

그러나 경기만에 있으면서 행정구역상으로 인천시에 속한 영흥발전본부 관계자는 온배수 관련 국가공신력이 있는 기관에 용역을 맡겨 올해 안에 용역조사에 들어 갈 것이다. 인천시 관할 승봉도, 자월도, 영흥도 등이 모여 어촌계장 대표가 선정 됐으며 용역조사를 1년간 계절별로 실시해 어민피해 보상까지 진행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진화력발전소는 잘 모르지만 태안화력발전소는 이미 용역조사를 한 적이 있어, 온배수가 굴 폐사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만 일대 화력발전소 모습 ⓒ시사저널 사진팀
경기만 일대 화력발전소 모습 ⓒ시사저널

경기도청 수산과 관계자는 굴 폐사가 몇 년 전부터 지속돼 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화력발전소의 온배수가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도 차원에서도 해양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양수산자원연구소를 만들었다. 연구소에서는 해양생태연구와 오염원인 등에 대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조사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일개 지자체나 경기도 차원에서 화력발전소의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어떠한 악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방대한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경기도에서 서해안연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한양대 대기과학연구소와 MOU를 통해 업무협약을 갖기도 했다. 아직은 경기도에 속한 해안생태계에 대해 연구하고 자료를 남기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서해안 생태환경과 수질오염(화력발전소 온배수, 공장 오폐수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온배수에 대한 관리시스템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화력발전소 온배수 때문에 어촌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굴 집단폐사가 온배수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도 온배수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으며 온배수에 대한 해양생태계 감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아직 계획에 있지 않다말했다.

한편, 인천권이나 태안권 발전소가 있는 행정구역의 어촌이나 섬들에 대한 용역조사 및 보상협의는 이뤄지고 있으나 당진화력과 영흥화력발전소 인근에 있는 경기권역 어민들에 대한 피해 조사와 보상협의도 경기만으로 통합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