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이스트 여성 교수 비율 확대된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류선우 인턴기자
  • 승인 2019.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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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과기원 여성 교수 비율 9.7%…신용현 의원 법안 발의 예정

대한민국의 이공계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4대 과학기술원(과기원)의 여성 교수 비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카이스트를 필두로 하고 있는 4대 과기원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본보기를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회에 따르면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각 학교의 교원 중 특정 성별이 4분의 3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4대 과학기술원 여성교수확대법’을 곧 발의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대 과기원의 여성 교수 비율은 9.7%다. 구체적으로 KAIST(한국과학기술원) 10.0%, GIST(광주과학기술원) 9.9%,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10.5%, UNIST(울산과학기술원) 8.6% 등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정문 사진. ⓒ연합뉴스
카이스트 정문 사진. ⓒ연합뉴스

최근 국공립대 여성 교수 비율을 25%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하는 ‘교육공무원법’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국공립대 여성 교수 비율은 16.8%로 사립대(28.5%)에 비해 낮은 편이므로 국공립대가 여성 교원을 많이 임용하도록 정부가 독려하라는 취지다.

4대 과기원의 경우 여성 교수 비율은 10% 수준으로 국공립대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 과기원은 고등교육법상 대학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가 제시하는 ‘25% 권고 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신 의원은 4대 과기원을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을 개정해 정부가 국공립대에 제시한 기준을 4대 과기원도 적용받도록 했다. 신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서는 “교원을 임용할 때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임용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해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4대 과기원에 여성 교수 비율을 늘리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07년 서남표 당시 카이스트 총장은 여성 연구자가 적은 점이 장기적으로 학문 발전에 방해가 된다며 여성 교수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카이스트의 여성 교수는 10명중 1명에 불과하다.

물론 4대 과기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대학 교원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한 《‘강사’ 女 많고, ‘정교수’ 男 압도적’》 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전체 전임교원 8만8315명 중 여성은 26%(2만2726명)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의 진학률이 낮은 공과계열에서는 교원 성비 불균형이 더욱 극심했다. 시사저널의 《‘SKY캐슬’ 女교수 10명중 2명도 안 돼’》 기사로 ‘SKY(서울·고려·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여성 교수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교원 성비 불균형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교원 임용과정에서의 성차별 구조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과 전공 선택 시 고착화된 성별 분업인식이 교원 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지금은 원인 분석보다 교육 현장의 극심한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 성별의 지나친 불균형이 다양성 등 학문의 발전과 학생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약 43%이고 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비율이 약 38%에 이르는 등 대학 내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 교단의 남초 현상은 여전하다”며 “4대 과기원 여성교수 확대법이 하루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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