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마저 아쉬운 북·미 정상회담…“준비기간 너무 짧았다”
  • 하노이(베트남)=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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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준비과정의 우여곡절, 싱가포르 회담 때와 비교해보니

“이번 정상회담 준비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베트남 국영방송사 VTV의 레 반 냔 기자가 2월27일 메트로폴 호텔 앞에서 물었다. 긍정적인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다소 미흡했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니 이렇게 말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서둘렀던 건 사실이다.”

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 하노이로 확정된 건 회담을 18일 앞둔 2월9일이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밝히면서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북한대사관이 있는 베트남이 후보지로 거론되긴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하노이 확정 전까진 CNN 기자의 트위터로 인해 “베트남 다낭이 개최지가 될 것”이란 예상이 언론을 수놓기도 했다. 

2월27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도로가 막혀 있다. ⓒ 연합뉴스
2월27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도로가 막혀 있다. ⓒ 공성윤 기자

 

개최지 선정부터 불명확했던 2차 회담

1차 정상회담 땐 장소와 시기가 비교적 일찍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5월4일 “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밝혔고, 6일 뒤엔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연다”고 했다. 회담을 한 달 남겨둔 상황에서 공식 확정한 것이다. 회담장 위치에 관해선 백악관이 일주일 전에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이번엔 회담장이 끝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MBC가 2월22일 소식통을 빌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유력 장소로 꼽긴 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사전에 공식 발표하진 않았다. 초기엔 국립컨벤션센터(NCC)가 회담장이 될 거란 전망도 우세했다. NCC와 인접한 가든 빌라스 호텔은 2월12일 시사저널에 “정상회담이 잡혔으니 숙박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이메일까지 보냈다. 그러나 막판에 결국 뒤집혔다. 그 이면엔 북한의 반대가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봉쇄된 도로 ⓒ 공성윤 기자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봉쇄된 도로 ⓒ 공성윤 기자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봉쇄된 도로 ⓒ 공성윤 기자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근처 봉쇄된 도로 ⓒ 공성윤 기자

 

회담장 보안에 대한 지적 나오기도 

급박한 장소 선정으로 인해 보안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는 정상회담을 세 시간 앞둔 2월27일 오후 7시(한국시각) 메트로폴 호텔 주변을 둘러봤다. 정상들 차량이 들어가는 출입로 외에 폭이 넓은 대여섯개의 도로가 호텔 쪽과 연결돼 있었다.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 도로는 모두 경찰에 의해 막혀 있었다. 다만 통제 인력은 출입로만큼 많지 않았다. 

수풀로 둘러싸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 연합뉴스
수풀로 둘러싸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 연합뉴스
진입로가 비교적 많은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 공성윤 기자
진입로가 비교적 많은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 공성윤 기자

건물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경호는 힘들어진다. 베트남 사회안전부 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레 빤 꾸엉은 2월27일 로이터에 “보안 측면에서 메트로폴 호텔은 이상적인 회담 장소가 아니다”라며 “공간도 좁고 사람들로 붐비는 도로에 둘러싸여 있어 보안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1차 정상회담 장소였던 카펠라 호텔은 접근성이 낮았다. 기자가 지난해 6월 둘러본 결과, 호텔은 섬의 언덕에 있었다. 주변은 수풀로 둘러싸여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호텔로 들어가는 큰 출입구가 딱 하나였다. 이것만 통제하면 호텔에 다가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싱가포르 보안업체 세큐라 그룹의 옹 콕 렁 최고운영책임자는 현지 언론에 “카펠라 호텔은 드나드는 사람이나 침입자를 발견하기 쉬운 구조”라고 했다. 

6월8일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관계자들이 진입로 정비를 하고 있다. 이 진입로를 막으면 호텔로의 접근은 불가능에 가깝다. ⓒ 연합뉴스
2018년 6월8일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관계자들이 진입로 정비를 하고 있다. 이 진입로를 막으면 호텔로의 접근은 불가능에 가깝다. ⓒ 연합뉴스

 

1차 회담 땐 보안과 통제 뛰어나

호텔 접근이 어렵다보니 당시 취재진 사이에선 “통제가 너무 심해 취재가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입장을 바꿔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안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 회담과 관련해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프레스센터(하노이 우정노동문화궁전) 주변에 사는 응웬 탄 남(29‧남)은 2월28일 “거리가 몇 군데 통제되는 바람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됐다”고 했다. 승차공유서비스 ‘그랩’ 운전자 뿌 더 끼엔은 2월26일 “평소 막히지 않는 도로인데 출퇴근 때만큼 차가 막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27일 오전 11시경 베트남 주석궁을 방문했을 때 주변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해 오토바이들이 인도 위까지 진출했다. ⓒ 연합뉴스
2월27일 낮 12시경 베트남 주석궁 근처. 이날 경찰이 주변 도로를 통제하자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해 오토바이들이 인도 위까지 진출했다. ⓒ 공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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