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킹덤》 인기 실감, 넷플릭스 관계자들 사근사근해져”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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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주역 주지훈

요즘 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지훈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다. 강함과 나약함이 공존하는 페이스, 감독도 혀를 내두르는 열정과 지적인 면모(《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배우 중 가장 명석한 두뇌를 지닌 배우로 주지훈을 꼽았다),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의외의) 진솔함까지.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그는 비로소 ‘믿고 보는 배우’라는 훈장을 달았다. 그래서 주지훈의 ‘지금’은 참 소중하다. 그는 현재 MBC 월화극 《아이템》에 출연 중이고,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 《킹덤》은 드라마 《시그널》 《쓰리 데이즈》 등을 쓴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 《끝까지 간다》 등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합작이다. 국내 최초 넷플릭스 플랫폼 드라마로 전 세계 190개국, 1억3900만 회원에게 공개됐다. 일찌감치 속편 제작이 결정돼 촬영을 시작했다는 것도 ‘성공’의 방증이다. 주지훈은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미드인가 한드인가,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웃음).”

주연 배우 입장에서 처음 《킹덤》을 본 느낌은. 

“김은희 작가의 필력과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행사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처음 공개됐을 때, 감독님에게 무릎을 꿇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혼을 갈아 넣은 느낌이었다. 노력이 느껴졌고, 그 전에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지상파가 아니다 보니 《킹덤》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도 많다. 자신이 맡은 ‘이창’이라는 캐릭터를 소개해 달라.

“처음엔 수동적 인물이지만 어느새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왕세자다. 음모와 역병이 퍼져 나가는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궁궐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제공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김성훈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고, 동시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장은 즐겁고 기운이 넘친다. 넷플릭스의 시스템에도 흥미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공개하기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일이 더 정밀하고 디테일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한국 사극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첫 번째 한국 드라마다. 생소한 느낌은 없었나.

“국내 드라마나 영화는 오픈하면 시청률이나 관객 수 같은 결과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수치를 공개 안 한다. 또 시간이 정해져 방송되는 것도 아니고 극장에 걸리는 것도 아니기에 배우 입장에서 감흥이 덜하다. 넷플릭스는 통상 국가별 가입자 수나 콘텐츠별 시청 횟수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작진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한데 얼마 전 《킹덤》 시즌2 전체 리딩을 하는데 넷플릭스 관계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잘되고 있는 것 같다(웃음).”

인기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재밌으니까.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거고, 재밌는 건 재밌게 보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다. 최대 영화 관련 정보 사이트인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IMDB)에서 《왕좌의 게임》이 포함된 순위권에 《킹덤》이 11위까지 올라갔다고 들었다. 한국의 자연이나 의상, 갓 같은 것들이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에선 신비롭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촬영하며 전국을 많이 다녔다. 고된 촬영 후 그 지역 맛집에 가서 특산물을 먹고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낙으로 버텼다(웃음).”

드라마의 디테일함과 극본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역할이 컸다. 

“두 분은 아주 직관적이고 직설적이며, 동시에 좋은 매너를 가진 분들이다. 그리고 본인들이 뜻하는 바가 명확하다. 김은희 작가의 대본은 이미 상황이 너무 잘 써져 있어 배우가 메워야 할 곳이 없다. 플레이어도, 대중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과 작가, 배우, 투자와 배급까지 같은 생각으로 뭉쳤을 때 얼마나 단단하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두나와 허준호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배두나 선배는 연기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인성도 본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화가 많은 편인데, 배두나 선배는 모든 걸 아우를 줄 안다. 신기하고 대단하다. 허준호 선배님의 연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현장에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참 멋지더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지훈의 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감독님과 주위 분들의 말을 굉장히 잘 듣는 편이다(웃음). 개로 따지면 리트리버 스타일이다. 아주 유순하다.”

그래서일까, 인성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이 좋다. 

“저에게 좋은 사람들이 3~4년 사이에 쏟아져 내렸다. 사람이니까, 아니라고 부정해도 주변으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풀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보내고 있다.”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 ‘소지훈’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시간이 소중하다. 20대 때 청춘물을 더 찍어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 시절엔 누아르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영화 《아수라》를 끝마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궁2》를 찍었다고 《아수라》를 찍지 못했을까’라는 물음표 같은 것…. 30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은 30대에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관점이 바뀌니 일이 더 재미있다. 거기에 행운처럼 좋은 작품들의 제안이 오기에 안 할 이유가 없다.”

그야말로 전성기다. 어떤 기분이 드나.    

“평소보다 내 표정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렇게 인터뷰를 나누는 시간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만날 때도 즐겁다.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편안해지고,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는다. 기본적으로 삶이 풍요로워졌다. 그런 만큼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다.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올해도 사랑받을 거란 법은 없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할 뿐이다. 스스로 발목 잡지 않기 위해 ‘겸허하라’는 말을 계속 되뇌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2》를 끝내고 김용화 감독과 하정우 선배가 해 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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