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마저 허비하면 제2의 금융위기 온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2 15:00
  • 호수 15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 저성장으로 가는 한국 경제 내다본 미래학자 최윤식

6년 전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한국 경제의 성장 시스템을 혁신하지 못하면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70~80%라는 예측 시나리오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그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지금 한국 기업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이미 정체기가 시작됐고, 개인들의 실질 소득이나 생활의 질도 오래전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사라지며 사회 전반에 냉소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출구가 될 미래 산업의 경우 일본과 독일이 앞선 기술로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서 한국의 길도 동시에 막고 있으며, 유럽도 곧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5년마저 허비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구사해 시스템 혁신에 실패하면 한국의 출구는 완전히 막히고, 가계 영역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여기에 제조업 공동화가 겹치면서 중산층은 이중의 타격을 입을 것이며, 실업대란이 한국을 강타할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최현식 지음│지식노마드 펴냄 │488쪽│2만5000원 ⓒ 뉴시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최현식 지음│지식노마드 펴냄 │488쪽│2만5000원 ⓒ 뉴시스

“문제는 부채의 총량보다 멈춰버린 성장엔진”

최 박사는 최근 펴낸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위기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고, 이제 한국의 금융위기가 ‘반드시 올 미래’로 전환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6년 동안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뜻밖의 변수로 인해 위기 진행이 1~2년 늦춰졌지만, 그 시간을 시스템 혁신에 쓰는 대신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허비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경제는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겪었다. 한 번은 1970년대의 경제위기, 다른 하나는 약 20년 후인 1997년 발발한 IMF 외환위기였다. 1970년대의 경제위기는 1, 2차 오일쇼크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했고, 1997년에 발발한 IMF 외환위기는 내부 요인에 의해 일어났다. 한국 경제는 두 차례의 큰 위기를 잘 이겨냈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에 따른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한국을 추격하는 제조업 경쟁국이 없었다. 외부의 위기 요인이 제거되자 곧바로 한국 경제도 성장동력을 회복했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상업 영역의 막대한 부채라는 내부 요인에 의해 발생했지만, 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성공해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당시 고도성장을 시작한 중국 경제를 등에 업고 위기를 빠져나오는 천운이 따랐다.” 

최 박사는 올해 말에 세계적인 금리 인상 흐름이 2000조원에 육박하게 될 한국의 가계부채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며 금융위기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본다. 이는 1997년처럼 외환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예견된 위기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총량이 아닐 수 있다. 규모가 크더라도 미국처럼 부동산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일본처럼 추가 상승 여력이 없을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일본보다 빠른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 고령화 타격, 한국의 추격에 발목이 잡힌 일본의 상황보다 더 급박하고 강력한 중국의 추격, 앞으로 5년 정도 더 지속될 신흥국과 아시아의 경제위기와 후유증,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 등을 최소 4~5년 이상 버텨낼 수 있을까?”


“대비가 아니라 위기 대응의 시간”

최 박사는 금융위기를 넘어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혹은 회복) 문제에 주목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문제는 GDP와 일자리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도화선에 불과하며, 낡은 시스템이 한국 경제의 근본문제다. 시스템 혁신에 실패한 한국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소수를 제외한 주력 산업 대부분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으며, 미래 산업의 경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쳐놓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이 한국 위기의 본질이다. 넛크래커 현상, 저출산 고령화 등이 맞물리면 한국이 맞게 될 가장 가능성이 큰 미래는 ‘잃어버린 20년’이다.” 

금융위기 자체도 두려운 미래지만 ‘장기 저성장’으로 가는 과정의 입구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다. 최 박사는 금융위기보다 더 긴장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두려운 미래가 장기 저성장이라고 강조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상실의 2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상실 1단계는 강력한 추격자를 만나 가장 약한 산업부터 시장 1위의 지위를 내주면서 위기 가능성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지난 5년 동안 1단계를 거쳤다.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경쟁력 상실 2단계는 거의 모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는 단계로서,  10~15년 이내에 시장의 절반 혹은 최대 80%까지 점유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 박사는 분명하게 말한다. 이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지금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위기 속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연구해서 하루라도 빨리 ‘위기대응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 긍정적으로 봐서도 안 된다. 미래는 ‘객관적’으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신 그것이 위기이든 기회이든, 다가올 미래를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이어야 한다. 두 가지 태도를 뒤바꾸면 미래는 재앙이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