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베트남으로 블루오션 찾는 K스타트업
  • 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07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기술·O2O·콘텐츠 기업 현지화 가속화…투트랙 전략으로 해외시장 진출

‘아기상어, 뚜루뚜두두~’. 익숙한 멜로디가 미국 TV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다. 외국 시상식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대만·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쓰고 있다. 북미 현지 병원에서는 국산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재활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모두 해외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 얘기다.
혁신 스타트업들은 이제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부터, 직접 해외에 나가 현지화를 꾀하는 전략까지 진출 방식도 다양해졌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대기업 혹은 해외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기도 한다.

© 시사저널e 조현경 디자이너
© 시사저널e 조현경 디자이너

 

해외시장 더 규모 크고 기회 많아

잠금화면 서비스 ‘버즈스크린’을 개발한 버즈빌은 현재 총 30개국에 진출해 있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미국 잠금화면 스타트업 ‘슬라이드 조이’, 인도·파키스탄 잠금앱 1위인 ‘슬라이드’를 인수하며 진출 지역을 넓히고 있다.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링크플로우’는 해외 전자전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업무용 메신저 ‘토스랩’은 대만에서 선전 중이다. 토종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야놀자와 배달의민족도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야놀자는 이미 중국 씨트립, 일본 라쿠텐, 동남아 젠룸스 등을 인수·투자했다.

본사를 해외에 두고 집중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스윙비는 중소기업 ERP(인사관리 시스템)로 지난 2016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자리 잡았다. 스윙비는 중소기업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했던 동남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선불 요금제 데이터 확인앱 ‘트루밸런스’로 인도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트루밸런스는 올해 2월 기준 인도에서만 7000만 건 넘게 다운로드 됐다. 스마트 재활기기 업체 네오펙트는 인허가 기준이 까다로운 국내보다 북미와 유럽 지역을 공략 중이다.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유튜브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전으로 콘텐츠 수용 장벽이 대폭 낮아진 덕이다. 핑크퐁 개발사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라는 노래는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어마어마한 글로벌 팬을 보유한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은 이미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은 해외 진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늘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들이 해외 진출사업을 확대하고 네트워킹을 주선하고 있다. 해외 투자 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파크랩스, 알토스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미 창업을 했거나 사업을 준비 중인 창업가들은 진출 희망 국가로 미국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중국과 베트남 순이었다. 꾸준히 인기 있던 북미, 중화권을 제외하고는 블루오션 시장인 동남아시아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창업가들은 인구수가 많고 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 즉 사업 수요가 많은 국가들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미국,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들이 진출 대상 고려 국가로 떠오르는 이유다.

2018년 3월 서울 용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2018’ ⓒ 시사저널 고성준
2018년 3월 서울 용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2018’ ⓒ 시사저널 고성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얼마 없었다. 게임 등 대중문화산업을 제외하고는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업조차 찾기 어려웠다. 권기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게임·음악·드라마 등 콘텐츠들의 수출이 주를 이뤘다. 지금은 다양한 산업의 스타트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펼치거나 기업의 구매활동 범위를 넓히는 글로벌 소싱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일종의 상승효과인 셈”이라며 “정치적인 이슈로 중국 진출이 주춤할 시기에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해외 개척 범위도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가 스스로 현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 생태계에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국내 벤처 펀드들은 모태펀드 등 공공자금이 중심이다. 공공자금을 받은 펀드들은 국내 법인 투자를 우선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벤처투자업에서 일하는 전문 투자자도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이 드물고,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위해선 현지 시장부터 이해해야”

김 상무는 “투자자가 글로벌 시장에 익숙해야 글로벌 스타트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근 해외 진출 시도도 늘고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축적되면 조만간 성공적인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들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먼저 제품을 완성하고 영업 마케팅을 통해 진출한다. 결국 현지 고객과 시장에 맞지 않는 제품을 가지고 시도하다가 시간과 노력을 다 허비한다”며 “현지 시장과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외국은 국내와 달리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시간과 자원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