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구속, 프랑스는 단 1의 움직임도 없었다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6 15:00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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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론, 일본 검찰의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구속에 싸늘한 이유

2018년 11월19일, 자가용 비행기로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은 일본 땅을 밟기도 전 수갑을 찼다. 일본 특본 수사팀이 비행기로 들이닥친 것이다. 그는 프랑스 상공회의소 설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일본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일본 숙소에 딸이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에 걸친 조사가 비행기 안에서 이뤄졌고, 그는 ‘소득 축소신고 혐의’로 곧장 구속됐다. 세계 3위 규모의 자동차 회사 총괄회장이라는 거대한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이례적인 형 집행은 전광석화 같았다. 흥미로운 건 구속 후 나타난 프랑스의 반응이다. 자국의 간판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가 갑작스러운 수감 생활에 들어선 지 두 달이 넘도록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냉대에 가까운 침묵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자동차 3사의 연합체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중심은 단연 르노다.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가지고 있는 준(準)국영기업이다. 르노가 보유한 닛산 지분율은 43% 선이다. 닛산은 34%의 미쓰비시 지분 또한 소유하고 있으며, 양사의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 바로 카를로스 곤이었다. “단 한 사람도, 단 하나의 움직임도 없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크리스토프 바르비에 편집장은 곤 회장의 구명운동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실제 그가 구속된 후 지난 두 달여, 재계에도 정계에도 누구 하나 전면에 나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곤 회장의 구명운동이 전무한 데 대해 프랑스 일간지 ‘오피니언’의 파니 기노쉐 기자는 “곤 회장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능력 있는 경영자로 꼽히는 그의 별명은 ‘코스트 킬러(cost-killer)’, 즉 ‘비용 학살자’다. 비용 절감의 귀재라는 얘긴데, 주로 ‘대량해고’와 ‘공장 폐쇄’ 같은 극약 처방으로 얻어낸 결과였다. 재계의 시각과 달리 그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곤 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일본은 연일 소송 경과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는 오히려 곤 회장의 의혹과 관련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곤 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일본은 연일 소송 경과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는 오히려 곤 회장의 의혹과 관련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과 카를로스 곤은 앙숙?

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연봉 논란’이다. 2015년 르노가 지급한 곤의 연봉은 725만 유로(약 94억원)였다. 프랑스 최저임금의 76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닛산의 회장이기도 했던 그는 매년 약 800만 유로(약 101억원)씩 따로 받았다. 한 해 연봉만 200억원에 육박했다. 최고경영자에게 우호적인 ‘메데프(프랑스경제인연합)’조차 곤에겐 ‘몸조심’을 주문했다. 급기야 2016년 주주총회에선 이례적으로 54%의 주주들이 그의 급여 지급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때 반대를 주도한 건 다름 아닌 르노 지분의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였으며,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은 바로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곤 회장 구속에 침묵하는 이유의 출발점이 여기서부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산업부 장관 시절부터 마크롱과 곤 회장의 힘겨루기는 가히 공개적이었다. 곤이 이끄는 르노는 정부 말을 듣지 않는 기업 중 하나였다. 당시 마크롱 장관은 정부 자본이 투입돼 있는 만큼 르노의 경영 사정이나 방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곤은 이에 한결같이 비협조적이었다. 결정적 충돌은 르노와 닛산의 합병 논의 과정에서였다. 당시 마크롱은 르노와 닛산의 강한 결속을 원했고, 이에 곤은 반기를 들었다. 

이번 곤 구속 사태 후 마크롱이 보인 첫 입장은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앞에 “르노의 투자자로서”라는 전제도 달았다. 최소한의 제스처만 취한 셈이다. 그의 구속에 대한 프랑스 정치인들의 침묵에서 나타나듯, 프랑스 정가에 곤 회장의 지지세력 또한 전무하다. 1년에 110여 일을 비행기에서 밤을 보낸다는 곤은 프랑스 정계 인맥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왔다. 더구나 곤이 구속된 시점은 프랑스 사회에 노란조끼 시위가 불붙던 때이기도 했다. 유류세 인상 요구를 시작으로 부유세 부활을 외치며 분노하는 군중들 앞에서 고연봉으로 도마에 올랐던 최고경영자를 구하자고 누구도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프랑스의 시사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JDD)’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 회장의 부인인 카롤 곤은 1월10일 마크롱에게 구명을 요청하는 편지를 전했다. 부인은 마크롱에게 “수감 후 곤 회장은 쌀과 보리밖에 먹지 못하고 있고 체중이 7kg이나 줄었다”며 “경제 3위 대국인 일본에서 상상할 수 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녀는 이미 국제인권단체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곤을 향한 프랑스 여론은 한없이 싸늘하다. 곤이 구속된 후에도 그에 대해 쏟아지는 뉴스는 과거 그가 회사 공금으로 화려한 생일잔치와 결혼식을 열었다는 등의 부정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가족 채용, 호화 주택·요트 매입 등 과거 각종 특혜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드러나 수감 중인 곤을 날로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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