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통해 쌓은 ‘여성 부호’ 타이틀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7 10:55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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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3세들의 계열사 지분 취득 여전히 의문

여성 부호 상위 10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한국타이어 3세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녀 조희경씨와 차녀 조희원씨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현재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신양관광개발, 엠프론티어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각각 1591억원과 2055억원으로 14위와 1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설립된 건물관리 업체다. 희경씨와 희원씨를 포함, 한국타이어 3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회사 설립 초기만 해도 매출 100%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를 통해 나왔다. 이 매출은 다시 배당을 통해 조 회장 자녀들에게 돌아갔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본사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본사 ⓒ 시사저널 박정훈

최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신양관광개발의 내부 거래 규모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2017년 154억원의 매출 중 24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냈다. 내부 거래율은 15.6%다. 그나마 지난해 8월부터는 신양관광개발과 계열사의 거래를 모두 중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신양관광개발의 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 지분을 각각 0.03%와 0.64%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의 가치만 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장부가액으로 683억원인 SK하이닉스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2017년에는 대림산업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처분해 수백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과 이익이 배당 등을 통해 오너 3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엠프론티어의 경우는 더하다. 이 회사도 그동안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2015년까지 내부 거래율이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희경씨를 포함한 한국타이어 3세들이 6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엠프론티어의 경우 2006년까지 오너 3세들의 지분이 전혀 없었다. 한국타이어 3세들은 2007년 7월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높였다. 이후 내부 거래가 증가하면서 자산은 117억원에서 421억원으로 259.8%, 매출은 210억원에서 654억원으로 211.4%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19억원에서 189억원으로 894.7%나 증가했다. 30억3000만원에 지분을 인수한 오너 3세들이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7월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8년 7월 서울 강남의 한국타이어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당시 “2014년 세무조사 이후 4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주체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뒷말이 나왔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말 한국타이어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조세범칙조사의 경우 검찰 고발을 전제로 고의적 탈세 혐의가 명백할 때 진행된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타이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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