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소재로 전기자동차 속도 높인다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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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출력 문제 모두 해결
고속 충전 가능한 전기자동차 상용화 기대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공세 속에서 내연 기관 자동차의 위세가 점점 위축하고 있다. 최근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는 이유다.

다만 아직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는 충전 및 배터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경우 30분이 넘는 긴 충전시간과 적은 배터리 용량 문제로 대중화 속도가 더디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Eoimage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Eoimage

기초과학연구원을 포함한 국내외 공동연구진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용량을 높이면서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기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흑연 음극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무엇보다 5배 빨리 충전되고 용량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래 사용해도 안정적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산호 모양의 이 실리콘 소재는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팀과 박수진 포항공과대(POSTECH) 교수팀 등 국내외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 중국 국가나노과학센터(NCNST) 등도 연구에 참여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음극에는 흑연을 사용한다. 하지만 흑연은 이론적인 용량 한계와 고속충전 시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되는 문제가 있다. 이는 배터리 전체의 성능과 안정성을 낮춘다.

반면 실리콘은 흑연보다 10배 이상 큰 용량을 가지고 있어 고에너지 배터리에 유리하다. 다만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지고,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전해질 계면층이 두껍게 형성돼 리튬 이온 전달 특성을 저하해 사용이 어렵다.

연구진은 물질 단계부터 새로운 설계를 제안해 기존 실리콘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했다. 구멍이 많은 실리콘 나노와이어 구조체를 재료로 사용해 실리콘의 부피 팽창 문제를 완화한 것. 내부 구멍들이 충전 시 팽창한 실리콘을 받아들여 깨지지 않도록 돕는다.

여기에 다공성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높은 밀도로 연결하고, 탄소를 나노미터 두께로 씌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실리콘-탄소 복합체 일체형 전극’이다. 이 소재를 사용하면 전기 전도도가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계면 안정성 확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박수진 교수는 “산호 모양 실리콘-탄소 복합체 일체형 전극은 똑같은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와 출력 밀도를 모두 높이는 기술”이라며 “고속충전의 필수요소를 모두 충족한 최초의 실리콘 기반 음극 소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이 기술은 훗날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용량 양극 소재와 함께 쓰여 더 높은 수준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실현할 것이며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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