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시곗바늘 맞춘 이해찬
  • 박석호 부산일보 서울정치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1 14: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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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00년 집권’ 위해선 내년 총선 압승해야”…靑 출신 인사들 만나 총선 역할 부여

“저는 이제 골키퍼예요. 총리 때는 공격수였지만 지금은 축구장 맨 뒤에 서 있는 골키퍼이기 때문에 ‘버럭’해서는 안 되죠.”

지난 1월13일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터뷰’ 인터뷰에 나온 이해찬 대표. 그는 “요즘 왜 버럭하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자신의 역할을 ‘골키퍼’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1988년 36세의 나이에 처음 당선돼 현재 7선 의원인 이 대표.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지낸 여당 대표가 자신을 골키퍼에 비유한 데는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21대 총선(내년 4월15일)이 13개월이나 남았지만 이 대표는 벌써 여당의 총선 사령탑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거 선거 땐 직접 적진을 누비고 다녔다면 이번엔 골대 앞에서 경기장 전체를 지켜보면서 공격수들의 위치를 잡아주고, 수비수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는 지휘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다선 의원이자 실세총리의 대명사로 꼽힌다. 또 친노 진영의 좌장, 친문 그룹의 맏형으로 현 여권 주류를 아우르고 다독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거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던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2020년 8월까지 당 대표로서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는 그가 과연 내년 총선에서도 여당의 승리를 책임지는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2019년 들어서면서 이 대표의 행보는 전례 없이 바빠졌다. 우선 2017년 대선 승리 이후 분화되고 있는 친문 그룹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이 대표는 3월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최근 청와대에서 당으로 복귀한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에는 임 전 실장 외에도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지만 내년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대표는 이들과 만나 청와대에서의 노고를 의례적으로 격려하는 선을 넘어, 향후 당에서 맡을 구체적인 역할, 총선 예상 출마 지역구 등을 조율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3·1독립선언서 낭독 및 만세 재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3·1독립선언서 낭독 및 만세 재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친문 핵심들 접촉하며 총선 전략 구상

앞서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도 만나 역할을 맡겼다. 양 전 비서관은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직을 제안받았다. 양 전 비서관이 오는 5월부터 민주연구원장이 되면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내년 총선을 끌어가는 포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친문 핵심들을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활용할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기존 청와대 핵심 멤버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면서 총선을 청와대가 아닌 당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연초부터 전국 시·도를 돌아다니면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도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행보다. 각 지역의 현안사업과 민원 등을 직접 챙기면서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챙기려는 것이다. 이왕이면 가는 곳마다 푸짐한 ‘선물’을 안기면서 표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3월6일 제주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의 발언이다. “올해는 직접 우리 당 간부들, 시의원님이라든가 국회의원님들 얘기를 좀 들어가지고 제주도를 위한 예산에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서 이렇게 찾아왔다. 제주형 로컬푸드식재료유통센터 건립, 공유경제지원센터 건립 등 이런 사업들도 제 자리에서 세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2공항은 당정협의를 거쳐서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서 가도록 당에서도 지원을 하겠다. 오늘 여러분들이 의견을 주시면 예산사업 같은 것들은 저희가 잘 판단해서 정부하고 협의해 가능한 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중앙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슈들까지 세심하게 살펴서 총선 승리의 자양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이 대표는 각 시·도별로 인물과 현안을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핫라인’까지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치밀함과 강한 의지의 바탕에는 이른바 ‘100년 집권론’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40·5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시대의 천명(天命)은 정권 재창출”이라며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집권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선거 전면 나서는 건 부담” 비판도

지난해 이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언급한 데 이어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까지 꺼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말하는 내용이나 행위를 보면 그분들한테 대한민국의 장래를 맡길 수 있겠나”라면서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박정희의 공화당 정권, 전두환의 민정당 정권이 분단 속에서 현대사를 굉장히 왜곡해 우리는 이념적·정서적으로 위축된 사회에서 살아왔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재집권함으로써 새로운 100년을 열어나갈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10년이든 100년이든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2020년 총선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집권론의 바탕에는 여권 분열과 동요를 막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신감을 갖고 하나로 뭉치자’라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를 민주당원은 물론 지지 세력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역으로 자신의 보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잇따른 강성발언이 오히려 총선 전략사령탑으로서의 운신의 폭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잦은 말실수와 ‘버럭’ 이미지 등으로 대중적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 대표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마뜩찮아 하는 기류가 적지 않게 흐르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특유의 전략적 마인드와 리더십으로 당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은 괜찮지만, 선거전을 전면에서 지휘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다고 2022년 대선을 노리기엔 다소 나이(현재 67세)가 많다. 결국 자기 욕심을 버린 정치인 이해찬의 마지막 승부가 내년 총선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거 전략가로서, 킹메이커로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승리라는 꿈을 이 대표가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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