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대, 유기와 학대 증가하는 모순
  • 이환희 수의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9 14: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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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동물사전]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다!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애완동물이 뭐냐”며 듣기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미디어에서도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단어의 변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애완을 한자로 풀이하면 사랑 ‘애(愛)’ 자에 희롱할 ‘완(玩)’ 자다. 완은 흔히 장난감을 일컫는 ‘완구’의 완과 같은 글자다. 즉, 애완동물은 마치 장난감처럼 ‘사랑하고 가지고 노는 동물’이란 뜻을 담고 있다. 한편, 반려는 짝 ‘반(伴)’에, 짝 ‘려(侶)’ 자이다. 함께 살아가는 벗이란 뜻이다. 이렇듯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변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물을 학대·유기하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국내 유기동물 발생 두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 2018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식의 변화에도 여전히 동물을 학대하고 유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심지어 느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야말로 모순(矛盾)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동물 관련법이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를 칼로 찌른 주인의 이야기가 알려졌다. 사건 자체보다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학대한 주인으로부터 구조된 개가 여전히 주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주인이 요구하면 다시 학대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었다.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이다. 피학대동물을 긴급 격리할 수는 있어도 주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박탈·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학대의 재발을 막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 동물 관련법의 현주소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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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못 따라가는 동물 관련법, 학대·유기 방조

또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돈을 내면 어떤 준비나 자격요건 없이 동물을 분양받을 수 있다. 2014년부터 의무화된 동물등록마저 분양받는 단계에서 강제하지 않는다. 이에 동물등록률이 50%에도 못 미쳐 그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사람들은 당장 귀여운 모습에만 맘을 뺏겨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집에 데려온다. 한 생명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 많은 정서·시간·물질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뒤늦게 깨닫는다. 결국 수고와 희생을 감당하지 못해 파양(罷養) 혹은 유기(遺棄)로 책임을 저버린다. 자신을 주인이라 생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꼬리를 흔들며 따르던 동물을 매몰차게 버리고 돌아선다. 

국내 동물 관련법은 동물의 학대와 유기를 방조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반려동물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 시대는 아직 멀어 보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명시가 필요하다. 동물을 진짜 가족으로 맞이하는 준비와 마음가짐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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