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외출 미친 짓"…미세먼지 공포에 '나들이 장소' 바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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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극성에 실외 보단 실내 선호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 방문객 '껑충'
외출 삼가는 '방콕족' 늘며 이커머스 매출도 신장

“동물원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영 찝찝해서…”

3월9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이케아’에서 만난 김광민씨(42)는 5살 난 딸아이를 안은 채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날씨는 따뜻해서 나들이 가기에 나쁘지 않은데, 아침에 주차된 차를 봤더니 새까매졌더라. 이런 날 아이 데리고 도저히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며 “쇼핑몰에 오면 부모나 아이 모두 즐길 거리가 있고 미세먼지 걱정도 덜 수 있어서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8일 창원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을 나타낸 가운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3월8일 창원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을 나타낸 가운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공포에 ‘쇼핑몰 러시’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유통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과거 봄이 오면 ‘꽃놀이’나 동물원 등을 찾던 젊은 부모들이, 미세먼지 걱정에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로 주말 나들이 장소를 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외출 자체를 삼가는 소비자도 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크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3월 1~5일 전국 백화점, 아울렛, 영플라자 등의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9.1% 증가했다. 구매 고객도 18.8%나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8.1%, 방문객은 9.7% 각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14.3%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날씨가 좋아지면 통상 백화점의 매출이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올해는 미세먼지를 피해 쇼핑몰로 오는 고객이 늘어난 것 같다. 최근에 공기청정기 등 관련 제품의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10일 역시 남부지역에만 비가 내렸을 뿐, 경기·수도권 일대는 여전히 대기수준이 좋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말 ‘데이트 장소’ 및 나들이 장소로 대형 복합쇼핑몰을 선택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잿빛 하늘 보단 하얀 콘크리트 건물 안이 차라리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직장인 전민기씨(33)는 “기온이 많이 올라서 친구들과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가려 했는데 미세먼지 탓에 포기했다. 초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지 않나. 이런 날 외출 하는 건 거의 '미친 짓' 같다”며 “대신 아울렛에 가 봄옷을 사려 한다. 요즘은 쇼핑몰에 맛집도 많이 있어서 굳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복합쇼핑몰도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롯데월드 타워몰은 3월1일~3일 사흘간 하루 평균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13만7000여 명을 기록했다. 매출은 13.9% 신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은 하루 평균 11만명이 몰리며 평상시보다 10%가량 더 많은 사람이 찾았다.

 

‘방콕 족’에 이커머스 매출도 ‘껑충’

미세먼지를 피해 외출 자체를 삼가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방콕’(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사야 하는 물건이 있더라도 굳이 쇼핑몰을 찾기 보단 이커머스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실제 이커머스도 미세먼지 특수를 크게 누리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고성능 마스크와 창문필터 등의 판매량이 최근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에선 3월1일~3일 전년동기 대비 황사·독감마스크는 552%, 창문필터는 467% 판매량이 증가했다. 손소독기 판매량도 557%나 늘었다. 옥션도 같은 기간 황사·독감 마스크 판매량이 3배 가까이(194%) 증가했고, 차량용 공기청정기(106%)와 눈건강·렌즈관리용품(135%)이 두 배 이상 신장했다.

티몬은 2월28일부터 3월5일 기준, 전년동기 대비 KF인증마스크 매출이 4890%상승했다. 특히 미세먼지 필터 기능이 높은 마스크 판매가 급증했다. KF94 등급 마스크의 매출비중은 지난해 71%였으나 올해 93%로 22% 상승했다. 매출신장률도 644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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