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왜 아직도 ‘라돈 공포’에 시달리나
  • 박경북 김포대 환경보건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4 07:55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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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졸속 행정 넘어 생각 없는 행정…기업은 외면만”

생활용품에서, 공동주택에서 라돈에 대한 공포가 끊이지 않는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운 국민들은 방사능 피폭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었건만 이번 라돈 사태를 보면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국민 입장에선 알기 어렵다. 

이른바 ‘라돈 침대’에 대한 그동안 정부의 대응을 보자. 연간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심해도 된다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침대에서 기준치의 9.35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라돈이 쏟아져 나왔다. 


공동주택 라돈 공포…기업은 팔짱만 

의도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섞어 만든 생활용품에 이어 공동주택에서도 기준치가 훨씬 넘는 라돈이 방출됐음에도 기업은 손을 놓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사업 승인 전이라는 핑계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고 안심하고 있다. 의무가 아닌 권고 기준이라는 법의 허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고 있지 않다. 아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피해는 국민 몫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도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지 않다. 대부분 국민들은 라돈의 위험과 실태를 알고 있다. 어렵사리 구한 간이 측정기로 측정을 하고, 확인을 하고, 언론 등을 통해 호소도 했다. 그다음은 분명히 정부 몫이다. 정부가 뭔가 하긴 했다. 117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라텍스 라돈 측정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한심 그 자체라는 표현 외에 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나 싶다. 만약 117억원이라는 예산으로 간이 측정기를 사서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더라면 국민들의 편익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3~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졸속 행정을 넘어 ‘생각이 없는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18년 11월6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돈 검출 제품 조사결과 공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18년 11월6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돈 검출 제품 조사결과 공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돈은 흡연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다. 담배는 방어할 수 있다. 담배는 피우지 않으면 된다. 간접흡연도 최대한 피하면 된다. 하지만 라돈은 어떤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라돈은 무색무취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얼마 전 서글픈 질문을 하나 받았다. “라돈 때문에 죽은 사람 봤습니까?” 이 말은 방사선 담당 정부 연구원 입에서 나왔다. 묻고 싶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흡연으로 죽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미세먼지로 죽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방사선은 고유의 과학이다. 변하지 않는다. 방사선량과 암은 비례한다. 라돈은 급성적인 증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증상이다.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또는 몇십 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나한테 나타나지 않더라도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후세에 나타날 수도 있다. 라돈은 조용히 무섭게 다가온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얼마 전 정부기관에서는 라돈으로 인한 피폭에도 오심·구토·설사·발열 등 급성증상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런 증상은 인공방사선에 피폭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그 사람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아이들 이야기 좀 해 보자. 학교 교사의 라돈 관리 얘기다. 관리는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활방사선관리법에는 연간 피폭량을 1mSv(밀리시버트) 이하로 규정하지만 학교에서는 ‘6mSv가 넘어야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연간 피폭량을 6배 넘기는 수치다. 아이들에게 라돈 노출은 더 민감할 수 있다. 취약계층이다.

교사 내 라돈 측정 또한 현행 규정은 학교 1층 이하의 교실에서만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2층 이상의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고층에서도 고농도 라돈이 측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는 무조건 1층 이하의 교실에서만 측정이 이루어진다. 2차 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600Bq/㎥ 이상의 라돈이 검출돼야지만 정밀 측정이 이루어진다. 600Bq/㎥ 수치는 하루에 아이들이 담배 40개비 이상 피우는 위해성과 맞먹는다. 이 정도 위해에 노출돼야만 조치가 취해지지 그전에는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학교에서 혈액암 또는 림프종암으로 여러 명의 어린아이들이 투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라돈은 피부암, 혈액암, 기타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는 논문들이 최근에 발표됐다. 언론보도를 보면 지역 교육청마다 교실 내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환기 기능 없는 공기청정기가 교사 내 유해물질 정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정밀 측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유해물질에 노출시키는 셈이다. 공기청정기는 일부 공간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뿐 짙은 농도의 이산화탄소 또는 라돈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는 없다. 즉 공기 정화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데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는 가정용이다. 학생이 밀집된 교실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공기 질 관리에 효용이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학교에 특화된 공기 정화장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할 때다.


책무 외면하는 기업, 그리고 정부

이제 가족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다. 공동주택에서 라돈 문제가 시끄럽다. 공동주택 라돈의 경우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이 승인된 신축 건물에 적용되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준이 없으니 건설사는 도의적인 책임은 모르겠지만 법적인 책임은 회피할 것이다. 그러나 법 이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다. 가전제품을 포함한 생활제품도 문제가 있으면 교체하거나 수리해 준다. 아파트 시공사 담당자조차 라돈이 방출되는 아파트에서 “나 같으면 못 살죠”라고 털어놓는다. 

시공사는 최소한 입주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생존권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더욱이 안 될 것이다. 법적 기준만을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생활방사선 안전관리법 제3조(국가의 책무)를 보면 ‘국가는 생활주변방사선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활주변방사선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방사선 피해를 막기 위해 법규 등 제도개선 방안 등을 비롯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 등 정부로서 책무를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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