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선거제 개편…되레 ‘지역구 확대’ 꺼내 든 한국당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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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역구만 270석’ 제시하자 여야4당 “헛소리” “개악” 비판
여야 4당 ‘지역구 225명 비례 75명’ 의견 접근…3월12일까지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야3당과 함께 선거제 개편안 등 개혁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3월10일 비례대표 폐지·지역구 의석 270석 확대를 골자로 한 당론을 제시했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반대를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그동안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한국당이 입을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월10일 오후 국회에서 한국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현재 대통령제에서라면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자는 게 저희(한국당)의 안"이라며 "실질적으로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국회의원 수를 조정해서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하자"고 말했다. 그는 "권력분권을 위한 내각제 개헌 없이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에 찬성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안은 기존 여야 4당이 논의한 비례대표 확대를 위한 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현재의 선거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비례성 확대에 있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사표(死票)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국민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자연스레 거대 정당이 과잉 대표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풀자는 것이 선거제 논의의 출발지점이었다. 자연스레 각 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공감대가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주장은 그간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2019년도 첫 국회 본회의가 3월7일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2019년도 첫 국회 본회의가 3월7일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당연히 여야 4당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논의를 방해하기 위한 훼방 안"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교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5당 원내대표가 협의해 서명한 내용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거제 개혁안이 아니라 개혁을 훼방놓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여야 합의를 무시하면서까지 반헌법적인 안을 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 안"이라며 "밀린 숙제 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겠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과 야3당의 공조 수위는 한층 두터워졌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3월11일 조찬 회동을 하고 3월12일까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패스트트랙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심 의원은 "이번주 안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민주당과 합의)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 과제들을 함께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도 접근했다. 한국당을 뺀 야3당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민주당이 제안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이틀에 걸쳐 집중적으로 민주당과 패스트트랙에 포함할 법,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집중 논의해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물론 선거제 패스트트랙 실현까진 난관이 예상된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1년 가까운 긴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에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돼 여야 4당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패스트트랙은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특정 법안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국회 논의기간이 최장 330일을 넘기면 해당 법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선 적용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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