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피의자 석방…증인들 진술이 영향 미친 듯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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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소 취하로 풀려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
같이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은 취하 여부 결정 안 돼


2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갇혀 있던 인도네시아 여성이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풀려났다. 

3월11일 현지 영자매체 말레이메일에 따르면, 샤알람 고등법원은 살해 피의자 시티 아이샤(27)를 석방조치했다. 이는 검찰이 기소상태 유지를 포기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로써 유죄 인정으로 인한 사형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아이샤는 1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자유의 몸이 됐다. 말레이시아에선 사건 유형에 따라 고등법원(high court)이 1심을 맡는 경우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를 받는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샤알람 고등법원을 나서며 미소짓고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자유의 몸이 된 시티는 법원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면서 기자들에게 "놀랐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를 받는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샤알람 고등법원을 나서며 미소짓고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자유의 몸이 된 아이샤는 법원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면서
기자들에게 "놀랐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아이샤 측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지금도 아이샤가 그저 희생양이었다고 믿는다”면서 “(김정남의 죽음엔) 북한이 뭔가 관여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검찰은 기소 취하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단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아이샤 사건과 관련해 증인 7명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증거로 채택했다고 한다. 

해당 내용이 적힌 문서에 대해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사건 당시 공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힐 중요한 증거”라며 “검찰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올 1월 항소심에서 아이샤 측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검찰의 기소 취하는 아이샤의 유죄를 입증할 추가 증거를 더 찾지 못했기 때문인 걸로 추측된다. 

아이샤는 석방이 결정되자마자 함께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을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죽인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아 왔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샤는 곧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흐엉의 기소 취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3월11일 재판에서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이후 공개석상에서 하는 첫 발언이다. 앞서 흐엉 측 살림 바시르 변호사는 AP통신에 “흐엉은 결백하고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검찰은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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