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끝짱] ‘아싸’ 나경원의 ‘인싸’ 도전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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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메이커’로 불리는 정두언 전 의원과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의 진단
“비주류였던 나경원, ‘인싸’ 되려고 막말 구사한다”

■ 진행 :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 정두언 전 의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편집 : 시사저널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촬영 : 시사저널이코노미 노성윤 PD/ 권태현 PD

 

[정두언의 시사끝짱]

소종섭 편집국장(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을 했는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데. 이 발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두언 의원님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잘 알고, 가깝고, 의정활동도 함께 하시고 선거 때 도와주는 등 관계가 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발언 전체적으로 평가해주시죠.

정두언 전 의원(정): (율동)

소: 정두언 전 의원님에게 볼 수 없는 (웃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배): 원래 율동은 안 하시는데.

소: 새로운 액션을.

정: 나경원 원내대표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 ‘한 건 했어.’ 어떻게 보면 그 말이 맞기도 해요. 한 건 한 거죠. 존재감을 전국적으로 과시했으니까. 사실 표현은 부적절하죠. 지나쳤고. 그래서 그 부분은 본인의 사과 발언이 나와야 할 것 같고. 그래야 정국이 풀리겠죠. 근데 한 편으로는 그 말의 취지는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죠. 남북관계가 잘 나가는 듯 하다가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일본, 미국을 모르고.

소: 정보에 어두웠다. 

정: 북한을 대변하는 꼴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런 지적을 하는 건 마땅한데, 표현이 지나쳐서. 어쨌든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자기 콘텐츠, 자기가 갖고 있는 정치적 방향을 제시할 좋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어요.

소: 과거에 나경원 원내대표가 표현이 과해서 문제가 됐다든지 하는 기억은 제 기억으로 없었던 거 같은데.

배: 요즘에는 막말이 유행이 돼가지고요. 막말이 막말인 지 모르는 막말 세상이 되어 버린 거죠. 정 의원님 말씀대로 ‘아싸’ 이랬는데, 이건 지금도 낮은 편은 아닌 본인의 인지도를 더 높이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보수 성향의 국민에게 호소하는 게 있었을 겁니다. ‘어 잘했어’ ‘세게 말하는구만’ 하는 것. 본인 스스로 비꼬는 의미도 담고 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선언이 무산된 이후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수석 협상가 역할을 해 달라’ 이렇게 했는데, 수석 협상가는커녕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비꼰 거죠. 이 정도 반발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을 텐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라면 그냥 보도되고 말았겠지만, 다른 성향의 의원들이 있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거든요. 그랬다면 품격이 갖춰졌어야 하는데. 이 ‘아싸’가 지지층에게는 ‘아싸’가 될지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중도층이나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아싸’가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어요. ‘인사이더’가 되어야 하는데. ‘핵인싸’가 되지 못하고.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30%대 현상이다.” 왜냐하면 가장 최근에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30.4%로, 30%대에 진입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7% 정도. 얼마 차이가 안 나잖아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하자.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거든요. 지지율로 자신감이 ‘뿜뿜’되니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을 통해서 내 존재감을 최대한 극대화하자. 그러면 원내대표로서 정치적 자산은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그리고 지지율이 이쯤 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붙이는 데 정책 대안은 필요 없이 막말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정: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제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부터 과격해졌어요. 

소: 그러니까 전보다 과격해졌어요.

정: 옛날을 돌이켜 보면, 친이 시절이나 친박 시절이나 나경원 의원은 메인 스트림에 있지 않았어요. 아까 말한 ‘아웃사이더’였죠. 그러니까 원내대표 되고 주류가 되면서, 지금 한국당 분위기가 강경하잖아요. 강경 분위기에 들어가서 나중에는 당대표까지 노리겠다. 아니면 더 큰 목표가 있을 수 있죠. 근데 방향을 그렇게 잡으면 당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올지 모르지만, 국민들로부터는 아니죠. 아까도 얘기했지만, 원내대표 연설은 콘텐츠가 담겨 있어야 해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 연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듯이. 내용이 알찼잖아요. 근데 나경원 원내 대표는 보통 콘텐츠가 없는 의원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번에 그걸 역전했어야 하는데. 과거2010년 전당대회 나갔을 때가 기억나요. 그 때 이혜훈 의원이 전당대회 나와서 나경원 의원하고 경쟁하는데 일종의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죠. 뭐라고 했냐면. “여러분 콘텐츠도 하나 없으면서, 꽃단장만 하고 다니면 다입니까!”

소: 이혜훈 의원이 그렇게 공격을 한 거죠.

배: 어이구 완전 똑같습니다. 이혜훈 의원을 성대모사 하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신데. 원조로 인정해드리겠습니다.

정: 그래서 이번에는 좀 어우 나경원 내용이 있구나 그런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배: 이번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또 중요한 이유는 전당대회 후유증. 예전에 정두언 의원께서 ‘한 줌도 안 되는 태극기 세력이 당을 지배했다’고 했는데. 근데 현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환호하는 태극기 부대를 본 거거든요. 극성 지지층들이 보여준 것에 대한 잔상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교안, 김병준, 나경원 이런 주요 인물보다도 김진태 의원이 올라 왔을 때 (연호를 하고). 심지어는 김준교도 25% 넘어서는 득표를 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가만히 있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정치라는 건 더 적극적인 지지층이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투표하러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들이 좌지우지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전당대회 거치고 나니까, 황교안 신임 대표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태극기 세력을 배척하지 못했거든요. 그렇다면 ‘나도 더 강하게 이야기 한다면 주목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소: 일종의 총선 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정 의원님 말씀대로 (이런 지도부의 강경 흐름이) 기존의 극렬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나경원 자신의 정치적인 브랜드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과연 총선 전략에는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닐 것인가.

정: 도움이 안 되죠. 총선이든 대선이든 중도층 싸움인데. 중도층이 부동층이잖아요. 그걸 누가 끌어가는 게 중요한 건데. 그 싸움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거꾸로 가는 거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말이 그럴듯해요. 35%는 콘크리트 지지층이어서 거기까지는 가지만, 그 이상은 못 간다는 것. 그 말에 동의해요.

배: 저도 의원님 말씀에 동의하는 것 중 하나는, 중요한 건 지금 이 지지율이 고무적이긴 하거든요. 근데 과연 자유한국당의 자생적인 지지율이냐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 지지율의 적지 않은 부분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담겨 있거든요. 경제적인 부분. 딱히 자유한국당이 잘해서 얻은 지지율이라기보다 지금 현재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여요). 특히 지방 경제. 민주당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부산울산경남도 지방 경제가 안 좋거든요. 또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신임 황교안 대표가 대선 주자 급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주목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쇄신을 하려면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봐요. 그걸 제가 사자성어로 새로 만들었는데, ‘깊반넓책’. 정 의원님이 째려보시네.

정: 아니 내가 나중에 써먹으려고.

배: 깊은 반성 넓은 책임.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일단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계파 청산. 또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완전한 평가 정리. 저는 이게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깊은 반성과 넓은 책임이 안 된다고 하면 (선거에서) 실제 한국당 후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쉽지 않거든요. 또 하나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눈여겨 볼 대목 중에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아주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이철희 의원이더라고요. 그 동안에는 방송에서만 썰전을 했는데, 여기서 본격 썰전을 하더라고요. 그 동안 방송 내공을 쏟아내는 건지. 침도 튀기고 썰전의 리얼 현장 화면을 보는 건 줄 알았어요.

정: 이철희 원내 수석 부대표 권한대행. 

소: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거죠 상황 자체가. 그래도 어쨌든 볼 수 없었던 모습이죠. 어쨌든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이후에 민주당이 특히 반발하면서 이해찬 대표의 경우엔 국가 원수 모독죄다, 윤리위에 제소하겠다 이렇게 얘기했고. 상당히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게 최근에 보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나머지 야당들이 선거제 개혁 연대가 이뤄져 있잖아요. 당대표와 원내대표들이 모여서 패스트 트랙으로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전체적인 판 자체가 이른바 자유한국당 패싱. 이런 구도가 짜여져 가고 있는데. 나 원내대표의 이 연설이 그런 구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모처럼 열렸는데 바로 경색이 돼서 걱정이죠. 저거 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아요.

소: 1, 2월도 아무 것도 못했지 않습니까.

정: 민생법안도 민생법안이지만, 선거법안도 기한을 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고. 

소: 3월 임시국회도 성과 없이 끝나 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정: 여야 모두 책임이고 욕을 같이 먹겠지만. 어쨌든 국회는 여당이 끌고 나가야 되잖아요. 어쨌든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를 위해 자기가 양보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소: 사과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서 국회 정상회해서 법안 처리하고 이런 수순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 배 소장님은.

배: 저는 미묘한 현상으로 보는 게. 내년 총선이 있고, 이게 다음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거든요.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보를 본다면 협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당의 발언도 그렇고,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른미래당하고는 거의 지지층이 안 겹치거든요. 그래서 어느 순간 바른미래당과 함께 해서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의 상승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거 같고, 정의당 민주평화당하고는 애당초 노선이 같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오로지 한 사람만 때리자라는 주의인 거 같아요. 황교안 대표가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에 ‘차근차근 처리한다’고 했거든요. 근데 보통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답이거든요. 그러니까 차근차근이라는 얘기가 나온 게, 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거고. 오로지 염두에 두는 건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 때리기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여당과의 협력도, 다른 야당과의 공조도 매우 힘들 것이다. 선거제 개편도 별로 바라지 않는 게 아닌가. 

실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드리면, 제가 tbs 색다른 시선을 진행하면서 김관영 원내대표랑 인터뷰를 했거든요. 흥미로웠던 게, 돌발 질문으로 ‘선거제 개혁안 처리에서 가장 안 도와주는 당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어봤더니 한국당을 꼽더라고요. 그게 한 달 전 일이거든요. 아직까지도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 돌아서서 갑자기 도와주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소: 자유한국당의 강경 흐름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재미 봤어요 지금. 지지율도 오르고. 그러니까 계속 그렇게 가겠죠.

소: 3월도 험난한 정국이 이어질 거라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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