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판결문’ 돌려보낸 北…마땅한 후속조치 안 보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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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웜비어 사망 배상책임 묻는 판결문 北에 보냈지만 끝내 반송돼
판결문 수신 여부 상관없이 배상 강제할 방법은 없어

북한 당국이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는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돌려보낸 걸로 알려졌다. 

3월1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북한 외무성에 보냈던 웜비어 소송의 판결문이 “배송 불가로 반송 처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나온 해당 판결문의 요지는 “북한이 웜비어 부모에 5억113만 달러(5660억원)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법원 사무처는 이 판결문을 올 1월16일 판사 의견서, 한글 번역본과 함께 북한 리용호 외무상 앞으로 보냈다. 우편물은 1월28일 북한에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반송 처리됐고, 경유지였던 홍콩은 이를 다시 북한으로 보냈다. 이후 2월14일 ‘김성원’이란 인물에게 전달됐다. 공식적으론 한 차례 판결문을 받아본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2017년 6월 13일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억류 당시인 2016년 3월 16일 평양 소재 최고 법원에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 ⓒ 연합뉴스
2017년 6월13일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억류 당시인 2016년 3월16일 평양 소재 최고 법원에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 ⓒ 연합뉴스

판결문의 수신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배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 측은 웜비어 재판에 전혀 나오지 않은 데다, 배상을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숨진 2017년 당시 “웜비어는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고문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워싱턴 연방법원은 판결문에서 “고문과 인질극 등으로 인해 웜비어 가족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배상을 거부하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가 있긴 하다. 자국 내 북한 자산을 묶어버리는 것이다. 일본 기업에 대해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이후, 국내에서 ‘자산 압류 조치’가 거론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북·미 관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어 미국 정부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 법원의 판결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북한에 의해 납치돼 숨진 김동식 목사와 관련, 워싱턴 연방법원은 2015년 “북한은 김 목사 유족에게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은 이때도 북한 외무성에 보내졌지만 계속 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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