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추락사고’로 추락위기 놓인 트럼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4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노이 회담 때 맺은 23조원 규모 항공기 매매 계약, 최근 에티오피아 추락사고로 없던 일 될 수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된 베트남의 미국 항공기 구매 계약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보잉사의 ‘737맥스8’ 기종이 3월10일(현지시각)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해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미 회담 결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보잉사의 '737 맥스 8' 및 '737 맥스 9'에 대해 즉각 운항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탑승객 157명 전원이 사망한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8 여객기 추락사고가 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보잉사의 '737 맥스 8' 및 '737 맥스 9'에 대해 즉각 운항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탑승객 157명 전원이 사망한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8 여객기 추락사고가 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 연합뉴스

중국 신화통신은 3월12일 “베트남 민간항공관리국(CAAV)이 737맥스8의 운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CAVV 딘 비엣 탕 국장은 “에티오피아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고 미국 항공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기 전까진 보잉 항공기의 운항 재개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2월27일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737맥스8 20대를 포함, 737맥스 시리즈 100대를 사기로 약속했다. 또 다른 항공사 뱀부항공도 보잉사의 다른 기종 10대를 구입하겠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다리를 놓은 구매 계약의 규모는 총 210억 달러(23조 5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베트남 항공사들이 이번에 구매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직접 밝힌 건 아니다. 그러나 보잉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베트남의 한 저가 항공사는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3월13일 “당국에서 나오는 정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수백대의 항공기를 사놓고 운항허가를 받지 못하면 유지비 등으로 인해 손실이 커질 위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월28일 “북미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걸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중 최고 성과는 항공기 판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마저 ‘노딜’이 될 판국이다. 

미국은 에티오피아 사고의 여파를 바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사고 이틀 뒤인 3월12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737맥스8은 성능 문제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이륙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과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서 운항 중단 행렬이 이어지자 결국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13일 직접 나서 “737맥스8의 비행을 행정명령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사도 수세에 몰리게 됐다.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등을 돌리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는 보잉사에 넣은 220억 달러어치의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려고 준비 중이다. 59억 달러 상당의 737맥스를 구매하기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사 플라이어딜은 판단을 보류했다. 대신 추이를 살펴보고 보잉사에 직접 따질 계획이라고 한다. 케냐 항공은 항공기 구매처를 다른 곳으로 바꾸거나 노후된 비행기를 더 운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