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몸 가벼워 내 흐름대로 피칭 이어가”
  •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7 10: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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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생생토크] 시범경기 순항 중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부상 걱정 없이 마음껏 공 던지는 것 오랜만”

“정말 컨디션이 좋다. 부상 걱정 없이 마음껏 공을 던지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의 2019 시즌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3월14일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고 있는 시범경기에 세 차례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평균자책 0점을 기록 중이다. 2015년 어깨 수술과 이듬해 팔꿈치 수술을 딛고 비로소 완벽한 몸 상태로 시범경기에 나섰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5월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 가까이 재활했던 류현진은 부상 전후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맹활약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그에게 다저스는 1790만 달러(약 201억원)의 퀄리파잉 오퍼를 제안했고, 류현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류현진이 자유선수(FA) 시장에 나가기 전의 가치를 다저스는 퀄리파잉 오퍼로 대신한 것이다. 

2019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되는 류현진에게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겨울 한국에서부터 미리 시즌을 준비했다. 

ⓒ 이영미 제공
ⓒ 이영미 제공

3경기 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중

12월26일 잠실야구장. 조모상을 당한 류현진이 전날 발인을 마치고 다시 훈련 재개를 시작한 날이었다. 오후 1시의 기온은 영하 4도.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류현진은 김용일 전 LG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LG 실내훈련장에서 몸을 만들고 이후 필드로 나가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시작했다. 캐치볼을 마치고 다시 클럽하우스로 들어간 류현진은 실내에서 어깨 보강 훈련을 이어갔다. 모든 훈련이 끝난 시간은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지난겨울 류현진은 잠실야구장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로 개인 훈련을 거듭했다. 이후 날씨가 따뜻한 오키나와로 이동, 한화 이글스 후배들(이태양·장민재 등)과 함께 훈련했던 그는 보름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가 한국에 있던 아내와 함께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에서도 류현진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2월 중순에 시작하는 애리조나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열흘 정도 일찍 도착해 또다시 캐치볼·불펜피칭 등을 진행했고,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 신호를 알렸다. 3월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해선 2이닝 동안 2피안타 2삼진 무실점, 3월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는 3이닝 동안 1피안타 3삼진 무실점을 올렸다. 3경기 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중이다. 

류현진은 최근의 긍정적인 행보에 대해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기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다. 체중조절을 한 것도 있고, 그만큼 준비를 잘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운드에서 끌려가지 않고 내 흐름대로 피칭을 이어간다.”

2018 시즌 류현진의 시범경기 첫 등판은 3월12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경기였다. 그때는 2⅔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과 투구 수는 56개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하면 등판일이 상당히 앞당겨졌고 경기 내용도 훨씬 더 좋았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 연합뉴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 연합뉴스

“개막전 선발? 특별한 경험 될 것”

류현진이 등판 때마다 호투를 이어가자 다저스 전담 취재기자들은 올 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이 누구냐 하는 문제에 큰 관심을 모았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8년 연속 다저스의 개막 선발투수로 활약한 클레이튼 커쇼가 어깨 염증으로 더딘 출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월12일 비로소 첫 불펜피칭을 소화했고 시범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커쇼의 개막전 선발 등판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2선발로 꼽히는 ‘뉴 에이스’ 워커 뷸러도 아직까지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의 몸 상태나 진행 속도를 봤을 때 커쇼와 뷸러가 개막전에 오를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의 훈련장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리치 힐, 류현진을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로 꼽는 가운데 후보 선수 중 한 명인 류현진이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평소 감정 표현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류현진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시범경기가 중반에서 후반으로 향하고 있다. (개막전 선발 등판에 대해) 아직까지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팀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다. 신경 쓰지 않고 4일에 한 번씩 던지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질문을 이어갔다. 만약에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류현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정규시즌의 한 경기지만 그래도 특별할 것 같다”는 말로 기대감만은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진심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개막전 선발은 투수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한 부분이지만 시즌은 길고 개막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기란 어렵다. 팀 상황에 따라 선발이 정해진다면 받아들이겠지만 개막전 선발에 오르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투수는 루틴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개막전 선발이란 화두는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취재진들은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 시절,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것이 언제였는지 궁금해했다. 류현진이 KBO 리그에서 개막전 선발로 나간 마지막 해는 2012년 4월7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한화-롯데(선발투수 송승준)전에서였다.

류현진은 캠프 초반에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을 통해 슬라이더를 연마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구종 습득과 추가를 자유자재로 하는 류현진이 왜 슬라이더에 ‘꽂혔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류현진은 “커브랑 커터(컷패스트볼) 사이의 중간 정도의 공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이는 그가 준비한 나름의 대응책이었다.

류현진이 슬라이더를 배운 계기도 흥미를 자아냈다. 지난 1월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할 때 동행했던 이들 중에는 한화 이글스 후배들 외에 KIA 타이거즈 윤석민도 포함돼 있었다. 류현진은 이때 윤석민으로부터 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 잡는 법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석민이 형의 슬라이더는 엄지와 검지 사이 바닥 면이 최대한 공에 밀착된 상태에서 공 실밥을 잡지 않고 직구처럼 던져야 한다. 그런데 내 왼손이 오른손보다 작은 편이라 엄지와 검지 사이의 바닥 면이 뜨지 않고 밀착시켜서 던지려면 모든 손가락에 다 힘을 줘야만 한다. 아무리 연습을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공을 잡았을 때는 엄지와 검지 사이 바닥 면에 빈틈없이 공이 꽉 쥐어지는데 왼손은 그렇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애리조나 캠프 들어와서 계속 ‘윤석민표’ 슬라이더를 연습했고, 지금도 연습 중이다.”

올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은 패트릭 코빈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한 투수였다. 그는 슬라이더를 통해 삼진 개수를 늘렸다. 류현진은 패트릭 코빈과 같은 슬라이더를 갖고 싶어 했고, 연습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지난 3월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서 2개의 슬라이더를 선보였다. 그가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슬라이더였다. 그러나 경기 후 류현진은 “2개의 슬라이더를 모두 땅바닥으로 패대기쳤다. 불필요한 공을 2개나 낭비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류현진은 이 경험을 통해 정규시즌에서는 더 이상 슬라이더를 선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구종이라고 해도 투수들에 따라 공을 잡는 법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아무리 구종 습득을 빨리 한다고 해도 슬라이더는 나한테 맞는 구종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건 일찌감치 접을 필요가 있다. 내가 미국 와서 포크볼을 배우다 포크볼에 소질이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클레이튼 커쇼와 휴대전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16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클레이튼 커쇼와 휴대전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전담 트레이너 허락한 구단에 감사”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시도를 단행했다. 바로 전담 트레이너를 두는 것이다. 현재 다저스에서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하는 선수는 마에다 겐타가 유일하다. 전담 트레이너를 두려면 구단의 허락은 물론 트레이너의 비자 발급도 이뤄져야 한다. 다저스는 퀄리파잉 오퍼로 1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에게 전담 트레이너를 허용했고, 취업 비자도 발급해 줬다. 

류현진과 한 시즌을 동행하게 된 이는 한국 프로야구 트레이닝 분야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김용일 전 LG 트레이닝 코치다. 류현진과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16년 가을부터 훈련 파트너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갔다. 김 코치를 통해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확신한 류현진은 한 시즌만이라도 김 코치와 다저스에서 함께 보내고 싶어 했고, 김 코치와 다저스의 허락이 이어지면서 지난 2월말 다저스 캠프에 합류했다. 

“김용일 코치님과 함께 훈련하면서 수술 부위의 통증이 사라졌다.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아졌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 효과를 여실히 느꼈다. 가을, 겨울에만 잠깐 만나는 게 아쉬워 전담 트레이너를 제안했고, 코치님이 고심 끝에 받아들이셨다. 다저스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줬기 때문에 비자 발급까지 이뤄진 것이다. 단체생활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두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 혼자만이 아닌 팀을 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이라고 구단에서도 이해해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김 코치는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하지만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이니만큼 모든 비용은 선수의 몫이다. 

어느새 미국 진출 7년 차. 자신의 건강함과 내구성을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류현진한테 2019 시즌은 ‘미션’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숙제를 제대로 풀어낼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봐온 류현진의 모습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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