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말하는 ‘잠 잘 자는 방법 10가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0 07:55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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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시간부터 확보하고 일하라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자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고 잠을 오래 자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하면서 잠 줄이기를 합리화한다. 문명도 카페인, 알코올, 스마트폰, 24시간 영업, 야식 등 잠을 방해하는 쪽으로 발달했다. 

또 현대인이 수면 부족에 허덕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는 것보다 일을 우선하는 경향이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수면 시간을 먼저 확보한 후 나머지 시간에 일하는 이른바 ‘선잠후일’이 필요하다. 

평일에는 잠을 적게 자다가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이미 수면 부족 상태이거나 수면장애로 고생할 수 있다.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잔다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수면 리듬이 뒤로 밀리고 월요일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주말에 몰아서 자는 잠은 효과가 크지 않다. 주말에 늦게 자므로 오히려 불면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이 같아야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낮에 햇볕을 쬐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침에 햇볕을 쬐면 수면호르몬(멜라토닌)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잠이 깬다. 주간에 햇볕을 15분 이상 쬐면 밤에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 수면에 도움이 된다. 특히 오전 10부터 낮 12시 이전에 쬐는 아침 햇볕은 수면 건강을 위한 보약이라고 할 만하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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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에 좋은 음식, 우유·연어·상추·양파·바나나

반대로 밤에 잘 때는 모든 빛이 수면의 적이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다가 자는 사람이 있는데, 불빛이 있으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불을 켜놓고 자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수면학회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18~40세 성인 남녀 20명을 상대로 잘 때 빛 밝기 정도가 건강 상태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매우 어두운 방과 희미한 불빛이 있는 어두운 방에서 이틀 동안 8시간씩 수면을 취했다. 그 결과, 희미한 불빛이 있는 방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단 하룻밤 사이에 인슐린 저항성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2형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도 바로 잠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를 ‘수면 잠복기’라고 하는데, 30분 이내는 정상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수면 잠복기가 30분 이상이면 수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장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독서나 음악 감상과 같은 정적인 활동을 하다가 졸음이 올 때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잠이 오지 않는데 침대에 누워 있으면 과도한 긴장이 생겨 더 잠이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은 베개부터 바꾼다. 그러나 베개는 수면과 큰 관련이 없다. 다만, 재질이 너무 딱딱하거나 푹신하지만 않으면 된다. 메모리폼 베개가 수면에 좋을 것 같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잘 때 숨쉬기에 편한 베개 높이는 약 10cm다.

숙면에 다소 도움을 주는 식품은 있다. 우유, 연어, 상추, 양파, 바나나가 대표적이다. 우유는 수면물질인 멜라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 함량이 높아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연어는 멜라토닌 형성을 돕는 비타민B6가 포함된 음식이다. 상추엔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진통 효과를 내는 성분(락투세린과 락투신)이 있어 불면증 해소에 이롭다. 양파 속 성분(유화알린)은 신경 안정과 혈액 순환을 유도한다. 바나나와 같이 수분 함량이 적은 과일은 복합 탄수화물 덩어리여서 적당량 먹으면 숙면에 좋다.  

 

1. 무엇보다 먼저 자는 시간을 확보한다

잠에서 깨는 시각이 규칙적이어야 한다. 주말이라도 평소와 같은 시간에 깨는 게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이어갈 수 있다. 주중엔 5시간, 주말에 9시간 자는 수면 습관은 좋지 않다. 대부분 직장인은 깨는 시간은 일정하지만, 자는 시간이 불규칙해 실제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하다.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을 정하는 게 좋다. 7시간이든 8시간이든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무엇보다 우선해 정해 두라는 말이다. 

2. 일찍 귀가한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면 귀가 시간이 빨라야 한다. 따라서 귀가 시간이 늦을수록 이것저것 하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신이 오전 6시에 일어난다면 전날 밤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7시간의 수면을 확보할 수 있다. 귀가 후에 저녁을 먹고, TV나 책을 보고,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 가정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침대는 ‘잠자는 곳’으로만 

침실에서 TV도 보고, 숙제도 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많다. 이는 숙면을 취하는 행동과 정반대의 생활이다. 침대엔 아무것도 가지고 가면 안 된다. 침대는 오로지 ‘잠을 자는 곳’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또 침실 창문엔 커튼을 쳐서 외부의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한 후 잠을 청한다. 

4. 낮잠 피하고 햇볕을 쬔다 

불면증이 있다고 해도 낮에 되도록 잠을 자지 않아야 밤잠을 자기가 수월하다. 낮에 졸리다 싶으면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편이 밤잠에 좋다. 햇볕을 충분히 쬘수록 밤에 수면호르몬(멜라토닌)이 분비된다. 

5. 저녁 커피를 삼간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매장이 느는 추세와 불면증 증가세는 일치한다. 커피뿐만 아니라 홍차·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각성 효과가 최대 14시간까지 지속된다. 이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오래 자도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최소한 저녁엔 카페인 음료를 피한다. 불면증 환자라면 오후 3시 이후부터 커피를 삼가는 게 좋다. 

6. 몸을 데운 후 잠자리에 든다

자기 전 30분 정도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이렇게 체온이 약간 오른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다시 체온이 약간 떨어진다. 체온이 올랐다가 떨어질 때 잠이 잘 온다. 

7. 걱정거리를 노트에 적는다 

침대에 누우면 별의별 걱정거리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정신노동자들이 그런 경우가 흔하다. 이런 사람은 자기 전에 노트에 걱정거리를 적는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쓴다. 잡생각이나 걱정거리를 종이에 옮겼으므로 결론은 내일 내리기로 하고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그 메모를 보면 해결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8. 술은 숙면의 적으로 삼는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 술을 마시면 잠은 잘 온다. 그러나 자는 도중에 갈증 등으로 자주 깨므로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9. 운동도 때를 맞춘다

매일 운동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운동도 때가 있다. 자기 전에 운동하면 흥분된 상태여서 오히려 잠을 설칠 수 있다. 매일 운동하되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 마친다. 

10. 핸드폰은 거실에 둔다

침대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많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하므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는 휴대전화를 멀리한다. 또 침실에 들어갈 때는 휴대전화를 거실에 두는 것만으로도 30~40분은 더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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