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은 경찰을 ‘곰’이라 부른다, 데리고 논다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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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내가 직접 겪은 현실에 비하면 오히려 약한 편”
강남 클럽 잠입취재 후 소설로 낸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인터뷰

“그게 실화였다고요?”

그와의 인터뷰는 기자로 하여금 여러 차례 되묻게 했다. 마치 버닝썬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지난 2월 강남 클럽 내 각종 비리와 성매매 실상을 적나라하게 다룬 소설이 한 권 나왔다. 소설을 쓴 주원규 작가는 2016년, 6개월여를 강남 일대 클럽에서 콜카(성매수남과 성매매 여성을 태우는 차량) 운전기사, 주류배달 등의 일을 하며 그 세계를 깊숙이 보고 들었다. 어둠이 깔린 강남에서 그가 목격한 광경들은 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고 주 작가는 말한다. 그는 “지금 터진 버닝썬 사태는 오히려 강남 클럽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아주 ‘일반적’이고 약한 편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강남의 중심에서 상위 0.1%의 권력자와 유명 아이돌, 성매매 여성 등 10명이 마약에 취해 문란한 파티를 벌이던 중 모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이내 대형 로펌 변호사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들에 의해 자살로 위장 설계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미성년 성매매, 마약 파티 등 강남 일대 VIP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행위를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주 작가는 10명의 살인사건이라는 기본 설정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의 거의 모든 내용은 실제 취재에 기반한 것이라 말한다.

3월18일 서울 충무로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만난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시사저널 이종현
3월18일 서울 충무로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만난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시사저널 이종현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

“2012년부터 가출청소년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소년교정시설에 가서 아이들과 얘기를 많이 나눠왔는데 2015년 후반부터 그들 중 다수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됐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강남 클럽에 가서 일하고 있다더라. 한두 명이 아니라 나와 교류했던 학생의 절반에서 이런 ‘자발적 실종’이 이뤄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 아이들을 설득했다. 그러다가 그곳의 지하산업 구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아야 구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봄에 잠입취재를 시작해 그해 초겨울까지 6개월 이상 조사를 했다.” 

어떻게 그 세계에 접근해 얘길 들었나.

“주로 접근한 방법은 세 가지였다. 낮엔 클럽 실내조명을 교체하는 등 설비 공사하는 아르바이트와 주류 배달을 했고, 밤엔 주로 ‘콜카’ 기사라고 성매매 여성이나 성매수 남성들은 호텔이나 오피스텔로 이동시키는 일을 했었다.”

차에 태운 그들과 직접 대화 많이 나눠봤나.

“취재 초반엔 차에 탄 VIP 고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가 그 얘길 전해 들은 클럽 ‘가드’나 실장, 이사들에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얻어맞기도 했다. 그래서 그 후엔 침묵하면서 관찰하듯 취재했는데, 놀라운 건 그 고객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매수 무용담을 과시하듯 얘기하더라. 자신은 누구와 닿아있기 때문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얘기도 많이 했고, ‘언터쳐블(건드릴 수 없는)’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한쪽 말만 들어선 안 되기 때문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틈틈이 만나 직간접적으로 취재를 하기도 했다.”

들었던 얘기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이벤트’라는 걸 얘기한다. 유흥을 즐기러 오는 일반 클럽 고객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벤트였는데, 성매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클럽 측에 지불하고 미성년과의 성매매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 성매매 수위와 가학적인 정도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라, 이후 성매매 피해 여성들로부터 사실로 확인됐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누구와 닿아있다고 하던가. 들으면 알 만한 인물들이 많이 언급됐나.

“그렇다. 문화충격을 받았다. 처음엔 저게 가능할까 싶어, 그냥 저들이 픽션을 섞어 과시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여러 VIP고객들이 공통된 이름을 거론하고, 반복해 그 이름을 꺼내는 걸 보며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법조인, 국회의원 등 이름을 대면 대부분 알 수 있는 사람들 이름을 꽤 많이 들었다.”

미성년자들이 많았나.

“클럽에서 이렇게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는 대부분 미성년자였다.”

3월18일 서울 충무로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만난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시사저널 이종현
3월18일 서울 충무로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만난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 ⓒ시사저널 이종현

“‘난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말 많이 들었다”

책 속에 강남 지역의 특성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강남은 ‘모든 게 불가능하지만 모든 게 가능하기도 한 곳’ 등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책 속 강남을 묘사한 표현들은 전부 그곳 사람들을 통해 직접 들은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가출청소년들도 나에게 ‘내가 여기서 벗어나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나. 내가 가진 마지막 로또는 강남이다’라고 했다. 가장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 그만큼 헛된 희망고문을 안고 착취당하는 이들의 신음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밝은 만큼 어두운 곳이다.”

책 속에 부자(父子)가 함께 클럽 한 공간에서 가학적인 성매매를 하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설마 실제 있던 일이었나.

“실제 들었던 일화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소설 내용 중 클럽 안에서 10명이 한시에 살해된 기본 설정 빼고는 거의 취재에 기반해 썼다.”

약물도 정말 성행하던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약물에 대해 엄격하고 청정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난 것 같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고 황망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이뤄져도 되는 건가 할 정도로 밤에 흔히 화장실에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멕시코나 중국 등 국가에 비해선 물론 마약에 청정하다고 할 순 있지만, 부와 권력, 경찰의 비호라는 삼박자가 있는 곳에선 보란 듯이 이러한 인식이 짓뭉개진다.”

취재 내용을 다큐로 다루기에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소설로 다뤘다는 얘길 한 적 있다.

“르포나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하거나 기자들에게 제보를 하기도 했는데 일단 이게 쉽게 믿기지 않을 거란 얘길 들었고, 또 그렇게 공론화됐을 때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해 여러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어서 소설이라는 형태를 빌리게 됐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진=연합뉴스

“사건 위장, 정리해주는 ‘설계사’ 역할 있어”

마침 취재 후 버닝썬 사태가 터졌고 국민들이 연일 터지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비슷한 상황을 오래 취재해 온 입장으로서 더 놀라웠나 별로 놀랍지 않았나. 

“무덤덤했다. 내가 경험하고 봤던 것보다는 오히려 약하다고 해야 할까 상당히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강남 클럽 일대에서 경찰을 ‘곰’이라고 부른다던데. 

“그렇다. 예전에 조직폭력배들 사이에서도 경찰이 ‘곰’으로 불렸는데 그땐 ‘공포와 두려움’의 의미였다. 그런데 2016년 내가 들었던 강남 안에서의 ‘곰’은 ‘데리고 노는 장난감’의 의미로 쓰이고 있더라.”

일부 유착 경찰들에게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부적절한 ‘투자’가 이뤄지는 걸까.

“전체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돈보다는 좀 더 우회적인 방식이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 상품권을 준다거나 골프나 리조트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자금이 계좌에 찍히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내가 들었거나 목격했던 방식이었다.”

소위 VIP들에게 현행법과 감시체제는 무시해버릴 수 있는 존재였던 것 같다.

“흔히 그 일대에 설계사라는 이들이 있는데 한국법의 맹점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떤 부분이 불기소될 수 있는지, 집행유예가 될 수 있는지를 빠삭하게 알고 있어, 일이 터져도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며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쉽게 일단락시킨다. 또 이들 외에 ‘미디어 콜렉터’라고, 여론을 무마시켜줄 수 있는 조직이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이런 사실을 지켜보는 게 매우 힘들었다.”

작가 이전에 목사이기도 하다. 취재하면서 더 마음이 곤란했을 것 같다.

“처음엔 많은 무력감이 들었다. 원래 목적은 가출 청소년들과 다시 만나 그들을 다시 데려오는 거였는데, 그게 전혀 통하지 않을 만큼 진입 벽이 단단했다. 고통스럽고 안타깝고 여러 소회가 교차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일부 클럽 내 불법적인 문화가 근절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

“3년 전 취재할 때 정말 당장 신고하고 싶고 제보하고 싶은 마음이 숱하게 들었는데 보이지 않는 벽을 많이 경험했고 회의적인 마음 많이 들었다. 버닝썬 클럽 뿐 아니라 ‘강남 벨트’라고 불리는 다수의 클럽에서 이뤄졌고. 하지만 이번 계기로 시민사회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꾸준히 주시하는 변화가 분명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떤 차기작을 준비 중인가.

“이 취재의 연장이기도 한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얼마나 이런 하부구조에서 신음하고 있는지 에세이든 소설이든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이들은 그 구조를 빠져나가고 싶어도 범법자라는 굴레와 옷 구입비·성형수술비 등에 의한 빚의 굴레에 매여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액의 성매매가 이뤄지는데도 피해 여성들에게는 점점 빚만 쌓이는 상황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들과 계속 직간접적인 접촉을 하며 취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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