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 또 낙마하나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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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 극히 이례적으로 ‘부적절’ 경과보고서 채택
적격·부적격 판단 보류, 장단점 정리한 보고서 광주시에 통보
공은 광주시로…‘임명 강행이냐’ 고민하는 이용섭 시장

광주시의회가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해 공공기관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시의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적격과 부적격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장단점만 정리한 ‘부적절’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 지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공은 광주시로 넘어갔다. 

 

청문회서 제기된 배임·횡령 의혹과 말바꾸기 논란이 ‘발목’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열린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광주시의회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열린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광주시의회

 

광주시의회 인사특위는 20일 오전 환경단체 대표 활동 당시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진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광주시에 통보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적격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며 장단점을 각각 정리해 경과보고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전문성·현장성은 장점으로, 도덕성·경영능력은 단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사특위는 김 후보자가 30년간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환경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이나 이해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김 후보자가 밝힌 직무수행 계획서가 실현 가능성이 작고 환경공단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 활동 당시 불투명한 회계, 미숙한 행정처리 등은 공단 이사장의 자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낸 것이다. 결국 지난 12일 인사청문위에서 지적받은 도덕성과 경영능력 부족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무보수 명예직’인 시민단체 이사장 재임 당시 6년 간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인사특위는 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1억원의 급여 등을 받았다고 시인했다가 다시 급여가 아닌 활동비라고 말을 바꾸는 등 환경공단 이사장을 맡기에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사특위 경과보고서는 법적 효력이 없고 시와 시의회 간 업무협약에 따른 권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의 최종 임명 여부는 임면권자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광주시는 시의회의 청문경과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송부받은 만큼 여론을 점검한 뒤, 입장을 정해 이 시장에게 보고할 할 방침이다.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이 시장은 지명 철회와 임명 강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중의 여론은 낙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이 시장이 ‘직권’으로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의 경과보고서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과보고서에 장단점을 고루 기술했다고는 하지만 김 후보자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우군이었던 시민단체도 김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좋지 않다. 참여자치21은 19일 논평을 내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김강열 이사장 후보자는 시민의 상식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시 의회는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이용섭 광주시장은 인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명강행에 따른 정국경색 ‘우려’…‘자진사퇴’ 형식 취할 듯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광주시의회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광주시의회

 

이런 상황에서 임명강행이 이뤄진다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의회 반발과 대의회 관계 경색을 불러올 게 뻔하다. 이 시장 스스로 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의회까지 경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이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과 광역단체장 지지율 2위 등극으로 인해 모처럼 탄력을 받고 있는 시정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청 안팎에선 결국 정치적 부담을 느낀 이 시장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 시장의 인사 관례를 되짚어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시의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가 낙마할 당시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이날 보고서가 채택될 때까지 김 후보자로부터는 아무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았다.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직은 지난해 12월 안용훈 전 이사장이 사임하면서 이용섭 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정상용 전 의원을 지명했다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면서 지금까지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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