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적격은 아니다?”…이용섭 시장의 아전인수식 해석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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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 ‘자격 논란’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임명…“문제 있으나 문제는 없다”
“아쉬운 부분 있지만 전문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
“청문보고서 적격여부 판단 안해”…‘현실인식 괴리’ 비판도

이용섭 광주시장이 21일 자격 논란을 빚은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를 신임 이사장에 임명했다. 광주시의회가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를 보내 온지 하루 만이다. 시청 안팎에선 인사청문회 이후 한때 이 시장이 김 이사장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졌으나, 그대로 앉혔다.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이 시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인사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고 임명 강행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공공기관장 임명에 대해 시장이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임명에 부쳐’라는 제목의 입장문은 3600자 분량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됐다. 이 중 2000자 정도를 임명 배경과 그 근거를 밝히는데 할애했다. 입장문은 ‘이번 인사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문패를 달고 시작했다. 

이 시장은 입장문에서 “이번 인사는 그동안 제시했던 공공기관장 3대 자격요건인 업무 전문성과 리더십, 방향성을 기본에 두고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존중하고 지역사회 여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복잡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인사특위는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인 후보자의 업무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리더십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며 “다만, 시민단체 재직 당시 수령한 금전 등 도덕성 문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적었다. 

이 시장은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김강열 후보가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채용 공고부터 후보자 추천까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점, 인사특위에서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고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점, 30여년 간 환경운동가로 시민운동에 최선을 다해온 점 등을 고려해 광주 발전에 헌신할 기회를 주기로 판단했다”고 총평을 달았다.

이 시장은 “광주시의회 인사특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는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밝혔고, 이는 ‘부적격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산하기관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확인 절차나 근거 없이 캠프 인사나 보은 인사로 폄훼하지 않기 바란다’,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장 인사를 비판하고 반대해서는 안 된다’, ‘지역 활동가들에 대한 평가에 너무 인색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등을 ‘부탁의 말씀’으로 언급했지만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담았다.

이 시장은 “결코 시민이 맡겨준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며 “시장인 저를 믿고 맡겨 달라”면서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결국 이 시장은 김 이사장의 도덕성에 다소 ‘문제는 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임명을 강행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 시장의 인식은 ‘사실상 부적격’이라는 시의회의 볼멘소리와 세간의 비판적인 여론과는 대조적인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것이 세평이다. 

김 이사장은 시민단체 재직시 횡령 등 의혹과 인사청문회에서 급여 수령 사실에 대한 발언을 번복하는 등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래서 시의회는 이례적으로 인사 청문보고서에 적격 판단을 유보하고 장단점만 정리해 시에 통보했다. ‘그만큼’ 환경공단의 수장으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이사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중 여론까지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시의회 청문보고서 문구 해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청문보고서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표시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시의회와 언론 등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심지어 청문보고서가 적시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부적격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A)는 새로운 논리까지 등장시켰다. 시의회 안팎에선 그렇다고 이를(~A) ‘적격하다’(A)고 볼 수 없는데도 이를 근거로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청문보고서를 오독(誤讀)했거나 견강부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청문위원은 “그렇다면 ‘부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면 임명하지 않을 생각이었냐”고 항변했다. 

명제 ‘A=A’와 마찬가지로 명제 ‘~A는 A가 아니다’ 역시 누구나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이며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자명한 명제, 즉 공리(公理)다.

또한 이 시장은 채용 공고부터 후보자 추천까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점을 임명 배경 중 하나로 꼽았으나 이 또한 논란거리다. 1차 서류는 5명이 냈지만 3명이 통과했다. 김 이사장은 서류 심사 통과자 중에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2차 면접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면서 최종 이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앞서 광주시의회는 지난 20일 채택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서 김 후보자의 장점으로 수십년간 환경 분야에 몸담아 관련 전문 지식이나 이해도가 뛰어나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단점으로는 시민사회단체 이사장 재직 시 불투명한 회계, 미숙한 행정처리, 주먹구구식 운영 등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인사특위는 환경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갖췄지만, 조직운영 및 경영능력은 미흡해 보여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종합 의견을 냈다. 전반적으로 부정적 기류가 강했으나 일부 청문위원의 반대로 부적격을 적시하지 못했다는 게 시의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특정인의 전문성을 결코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중문(重文)은 주로 뒤 문장에 논지가 담긴다. 이런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편향적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적시한 단점에는 눈을 감고, 장점을 부각시킨 흔적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민선 6기는 그들만의 ‘이너써클’ 인사로 숱한 논란을 낳았다. 민선 7기가 ‘인사가 망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임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라는 한 지역 원로의 충고는 이 시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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