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질경찰》과 《생일》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3 12: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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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담은 세월호 참사…잊지 않으려는 마음들

모두의 마음에 가라앉은 배 한 척. 세월호가 4월16일 참사 5주기를 맞는다. 이날을 앞두고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상업영화 두 편이 관객들을 찾는다. 3월20일 개봉한 《악질경찰》과 4월3일 개봉하는 《생일》이 그 주인공. 그간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도는 있었으나, 상업영화가 세월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심이 곡해되기 쉽고, 국가적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일부 부정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시도다. 다만 더 많은 이들이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두 영화는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 출발선은 같으나, 결과물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화 《악질경찰》 ⓒ 청년필름
영화 《악질경찰》 ⓒ 청년필름

분노하는 마음 《악질경찰》

지난 3월13일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악질경찰》과 《생일》을 응원하는 글을 남겼다. “두 영화 모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했으며, 감독·스태프와 제작자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두 어른으로서, 이웃으로서 미안함과 부채감을 진심으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그 ‘공감’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쪽은 분노(악질경찰), 다른 한쪽은 눈물(생일)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한 방식에도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악질경찰》은 말 그대로 분노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한다. 웬만한 범죄자보다 더 ‘악질’인 경찰 조필호(이선균)의 비리와 악행이 얼마간 이어진다. 그러다 영화가 변곡점을 맞는 건, 의문의 폭발사고 용의자로 지목된 필호가 사건의 증거를 지닌 고등학생 미나(전소니)를 만나면서다. 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친구를 둔 여고생이다. 미나와 얽히고설키던 필호는 조금씩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해 가며 결국 대기업 총수의 비리에 맞서기까지에 이른다. 

이 영화는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되기 이전까지 세월호 모티브를 감췄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시대 배경은 2015년, 필호는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이다.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를 연출했던 이정범 감독은 이번에도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세월호를 장르로 우회해 이야기하겠다는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트라우마가 된 특정 참사를 하나의 방식으로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마찬가지 이유로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악질경찰》은 바로 그 대목에서 공감을 잃는다.

여기엔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고 말하며 분노하는 청소년 앞에서 변화하려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있다. 결국 미안하다고 외치는 ‘반성하는 어른’이 키워드다. 그러나 주인공이 반성하고 각성할 기회로서 만나는 것이 꼭 세월호 참사여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자연스럽지 않은 연결인 것이다. 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좋다. 다만 악질로 불릴 정도의 일들을 일삼다 돌연 ‘나의 슬픔’에 집중하는 중년 남성 캐릭터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온갖 비리와 부조리가 세월호라는 참사를 만들어냈음을 은유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만, 주인공 필호를 둘러싼 사건들이 단순히 장르적 자극으로만 더 크게 남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 《생일》 ⓒ NEW
영화 《생일》 ⓒ NEW

속 깊은 애도 《생일》

《생일》은 이와는 다른 노선을 취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가는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 가족. 매년 먼저 떠난 아이를 아끼던 이들과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생일 자리를 열지만, 순남은 이를 완강히 거절해 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 수호(윤찬영)의 생일이 돌아온다.

영화는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을 찬찬히 비춘다. 일견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이들의 일상에는, 실은 수없이 많은 균열이 있다. 어떤 사정으로 외국에 있다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정일은 그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마음 편히 울어본 적이 없다. 순남은 유가족이 모인 자리에도 가지 못한다. 보상금에 대한 오해도 지긋지긋하다. 다른 유가족들은 매년 여는 아이의 생일 자리를 계속 거부했다. 그러면 정말 아이를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서다. 오빠의 빈자리에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둘째 예솔(김보민)은 일찍 철이 들어 투정 한번 크게 부리지 못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종언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안산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는 안산의 한 치유공간에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여는 생일 모임을 경험했고, 함께 웃고 울던 그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감독은 이 영화 이전에도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을 떠나보낸 청소년들과 또래 세대의 만남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의 모습과, 또 그런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이웃과 다른 가족들의 시선까지 폭넓게 녹여낸 데는 이 같은 경험이 자양분이 돼 준 것으로 보인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담백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말미에야 인물들에게 마음 놓고 눈물 흘릴 것을 허락한다. 수호의 생일 모임에 온 이들이 각자 수호를 추억하고 이야기하는 30여 분의 시간을 통해서다. 부모의 자책, 친구 대신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부채감, 그런 이웃들을 넉넉히 끌어안으며 함께 슬퍼하려는 이웃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 장면에서 관객 모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일원이 된다.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들 사이에서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애도의 시간이었음을, 《생일》은 말하고 있다. 

(왼쪽)영화 《화려한 휴가》 (오른쪽)영화 《택시 운전사》 ⓒ CJ 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왼쪽)영화 《화려한 휴가》 (오른쪽)영화 《택시 운전사》 ⓒ CJ 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영화가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까지

그간 한국 사회가 안은 아픔들을 상업영화로 풀어내는 시도들은 꾸준히 있었다. 《화려한 휴가》(2007)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첫 상업영화다. 그날의 작전명을 딴 제목으로, 5·18이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이들에게 광주의 참상을 알려준 영화다. 천만 관객을 모은 《택시 운전사》(2017) 역시 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다. 광주 참상을 기록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까지 태운 택시 운전기사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극영화다. 80년 광주를 망각했거나 침묵을 지켜온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던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꺼내게 하는 작품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까지 이어졌던 뜨거운 날들의 이야기는 《1987》(2017)로 만들어졌다. 2017년 촛불 광장의 풍경과 뜨겁게 공명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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