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월호 참사 5주기- 안전사회를 위하여
  • 김정헌 화가 前서울문화재단 이사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18: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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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세월호 참사’ 다섯 해를 맞는다. 4월16일 참사 당시 이 나라의 대통령인 박근혜는 얼굴 뜯어고치고 머리 다듬느라고 그 귀중한 7시간을 허비했다. 그동안 304명의 귀중한 생명들이 바다 아래서 숨져 갔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 때 이후로 나는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설치한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철거 후 이 공간에 '기억공간'을 지어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설치한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철거 후 이 공간에 '기억공간'을 지어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내가 알기로 국가란 커다란 공동체 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인류가 동굴에서 수렵채취로 생존을 유지하던 때는 국가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국가’가 필요 없었으리라. 그런데 점점 인구가 늘어나고 농경 정착 생활을 하면서 식량의 부족으로 옆 부족을 침탈하고 때에 따라서는 부족끼리 합종연횡을 해서 국가 비슷한 형태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국가다운 국가가 탄생하는데, 대부분 우리가 얘기하는 4대 문명의 발생지에서 국가가 탄생했다. 파라오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페르시아 왕조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절대 왕국이다. 국가는 영토와 국민들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엔 외부로부터의 침탈을 막는 군사조직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들을 지배할 법과 제도가 필요했으리라. 이를 관리할 글자를 아는 서기들(지금의 공무원 조직)이 필요했을 테고, 이러면서 국가라는 형태로 진화해 여러 번의 전쟁과 여러 번의 혁명을 통해 지금의 근대국가가 탄생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근대국가’는 자연을 ‘이성’이 지배했을 때 탄생하게 된다. 근대국가는 ‘계몽’으로 지식을 장악한 인간 이성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근대 자본 권력이 합세함으로써 국가는 식민지 건설의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파시즘 국가로 향하게 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존재한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형식적으로는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법과 제도를 관리할 공무원 조직, 일종의 공권력에 해당하는 경찰력과 외국의 침탈에 대비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들이 경험한 바와 같이 국가 사회적인 재난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우리는 아직도 저 끔찍한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화염지옥을 만들어 옥상 위에 있던 시민들을 때려잡지 않았는가. 그 당시 책임자인 경찰청장이란 자는 지금 버젓이 국민의 선량인 국회의원으로 행세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국가의 권력이 남용, 오용되었을 때 우리의 안전사회는 위협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이성의 지배하에서 모든 것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가리고 차별함으로써 스스로 혐오증에 사로잡힌다. 이 혐오증은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적용된다.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노동자 등만 아니라 보통의 노동자들도 자본이 보기엔 혐오의 대상들이다. 혐오는 혐오를 낳고 끝내는 사회에 큰 재앙을 가져온다. 독일이 유대인들을 가려내어 수백만 명을 처형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세월호 참사는 진상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촛불정부의 최소한의 관심으로 ‘416재단’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가족들의 상처는 아직도 깊고 크다. 세월호 참사 5주기는 우리에게 ‘안전사회’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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