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구속영장 기각…‘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차질 불가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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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법성 인식 희박해 보여”
청와대 개입의혹 규명 모멘텀 ‘뚝’
2018년 1월17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2018년 1월17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써 청와대 개입 여부를 규명하려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월26일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소명 부족' 외에 이례적으로 상세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전했다. 그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세 가지 사유로는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해당 임원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 등을 들었다.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혐의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법령의 해당 규정과 달리 그들에 관한 최종 임명권,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의자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환경부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교체는 검찰 시각처럼 위법임을 알면서 저지른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이 전임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하는 동시에 후임자로 친(親)정부 인사를 앉히려 했다고 봤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전 정권에서 임명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게 사표를 내라고 요구하고, 이에 김씨가 불응하자 감사를 벌여 지난해 2월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또 김씨의 후임 상임감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출신인 친정부 인사 박아무개씨가 임명되도록 미리 박씨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다른 산하기관이 출자한 회사 대표로 임명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해당 과정이 김 전 장관 지시로 이뤄진 부당한 인사개입이라 판단했다. 아울러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환경부의 물갈이 인사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었다. 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이 뚝 떨어졌다. 향후 다른 피의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도 위법성 여부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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