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진상조사단 조사 흔들려는 것 아닌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9 14:06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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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익명 투서’ 공개 배경 두고 다양한 추측 나와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3월26일 공개한 제보 편지를 두고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익명으로 온 편지인 데다 내용의 신빙성에 있어서도 의문을 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해당 편지에 등장한 인사들은 “조사단 내부에 문제가 있거나, 조사단의 조사를 흔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이 3월26일 공개한 익명의 제보 편지.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이 3월26일 공개한 익명의 제보 편지.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은 3월26일 조사단의 김영희 변호사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박정의’라는 가명을 사용한 이 편지에 따르면, 제보자는 자신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춘천지검장이던 시절 춘천지검에 근무한 검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소위 별장 접대에 대해 춘천지검의 알 만한 검사들은 다 안다”며 “김학의 검사장을 그런 험지에 빠지게 한 분이 당시 A(현 변호사)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분이 왜 조사에서 누락되었는지 혹시 과거사진상조사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사시 17기 동기)이어서 그런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편지에 등장하는 A변호사는 박충근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춘전지검장 재직 시절 춘천지검 차장이었으며, 김갑배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다. 시사저널은 박 변호사가 2013년 당시 ‘김학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사받았고,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와도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변호사의 측근은 해당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박 변호사의 측근 인사는 기자에게 “박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편지에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며 “윤 전 대표를 김학의 전 차관에게 소개해 준 적도 없고, 김갑배 변호사와도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진상조사단 내부 알력 다툼 때문에 내가 거론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김갑배 변호사 또한 편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변호사가 동기이긴 하지만, 연수원 동기 300명 중 한 명이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지 내용을 살펴보니 누군가 조사단의 조사를 흔들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편지 내용에 있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편지에는 김 변호사와 박 변호사가 동기라며 ‘사시 17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법조계에서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 법조인은 사법연수원 기수로 선후배 사이가 결정되기 때문에 ‘연수원 17기’나 ‘17기’ 정도로 썼어야 맞다. 사법시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사시 17회’로 썼어야 맞다. 법조계에서 전혀 쓰지 않는 용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편지를 보낸 이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했지만,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사단이 편지의 신빙성을 파악하지 않고 공개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지를 받은 당사자인 김영희 변호사는 기자의 질문에 “공개하기로 한 사항 외에는 조사 내용, 대상, 시기 등 그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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