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열어 호통치다 세월 다 보낸 ‘국회 미세먼지특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1 07:55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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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미세먼지 대책 여론 떠밀려 시늉만…“입법권 부여해 실효성 높여야”

자유한국당 홈페이지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당내 활동을 검색해 보면 시기가 1~3월에 집중돼 있다. 한국당만 그런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회 차원의 활동도 주로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담겨 있다. 계절적 영향 탓에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 그제야 정치권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똑같았다. 

해마다 대기오염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치권 차원의 대책은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활동은 지난해 5월까지 활동한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미세먼지특위)가 전부다. 2017년 11월 여야 합의로 구성된 미세먼지특위는 이듬해 5월, 6개월 만에 활동이 종료됐다. 이 기간 동안 한 것이라고는 환경부·교육부 등 정부 부처 업무보고(현안보고) 형식의 회의 다섯 번과 1월23~24일, 4월25일 인천 영흥 화력·재생에너지발전소,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충남 보령 LNG터미널 등 6곳에 대한 현장방문이 고작이다. 회의의 경우 위원장·간사 등 특위를 구성한 첫 회의와 결과보고서 채택, 위원회 해산을 보고하는 마지막 회의를 빼고 나면, 단 세 번 모이는 데 그쳤다.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세 번의 회의 역시 부처 관계자들을 불러 그동안 어떤 식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했는지 점검하는 데 그쳤다. 

전혜숙 국회 미세먼지특위 위원장(가운데)이 2018년 4월9일 국회에서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혜숙 국회 미세먼지특위 위원장(가운데)이 2018년 4월9일 국회에서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위, 5개월간 회의 고작 다섯 차례 열어 

결과물 역시 신통치 않다. 별도로 특위까지 구성했지만 결과물은 ‘특별위원회 활동 결과보고서’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대책 촉구 결의안’이 전부다.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 활동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입법 활동도 낙제점이다. 만든 법안은 2월15일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특별법’이 전부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을 주요 골자로 한 이 법은 미세먼지특위에서 활동한 민주당 신창현·강병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내용을 국회 환노위에서 대안으로 합친 것으로 지난해 8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위원장을 비롯해 특위 위원들에게는 매달 별도의 활동비가 지급됐지만 이룬 성과물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활동하도록 합의해서 그런지 짧은 시간 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특위 활동을 토대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나, 현장 방문을 통해 미세먼지 심각성을 알게 된 것, 환경부의 미세먼지 경보 기준을 올린 것,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토록 하는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부 부처나 기업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심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관련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특위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일반 상임위와 다를 게 없더라. 활동하면서 환노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특위까지 만들며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정개특위처럼 입법권이 없는 특위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실 보좌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대처할 문제라고 판단해 환노위를 비롯해 복지위·국토위 등에서 활동한 여러 의원들을 투입했지만 협업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러다 보니 자리 나눠먹기용 기구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힘들게 됐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위에서 활동한 17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환노위 5명, 복지위 4명, 국토위 3명, 교문위 2명, 산업위·과방위·정무위 출신이 각각 1명씩으로 구성됐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은 “6개월간 특위 활동을 모니터링했는데 공무원 불러와 호통치고, 질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각 의원실마다 자체 조사한 내용만 말하는데 전문성이 너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문명희 에코맘코리아 본부장도 “국회 특위라는 곳에서 공기청정기 사주라고 지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국회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입법권을 부여하는 게 급선무란 지적이다. 아울러 별도 상임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1년 이상 이 문제를 논의할 임시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 기구를 마련한 이상 국회도 이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실효성을 갖춘 특위 구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현영 환경재단 국장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미세먼지 대책 기구의 활동을 국회 특위가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야, 정략적 도구로 미세먼지 문제 악용

형식적인 논의에 그치는 것은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비롯해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각각 당내에 미세먼지대책특위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송옥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를 2017년 11월부터 가동 중이다. 각 광역시·도별로 1~2명씩 참여해 총 34명의 전문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원혜영 의원 등 11명의 원내 인사들이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당은 올 3월 김재원 의원이 위원장, 최연혜 의원이 간사, 이종구·박순자·이학재 의원 등 15명이 위원으로 활동하는 미세먼지대책특위를 당내에 구성했다. 바른미래당도 김동철 의원이 위원장, 신용현·최도자·김삼화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미세먼지대책특위를 마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세먼지 문제 대응 차원에서 입법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하지만 ‘말만 앞세우는 모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안 마련보다는 미세먼지 피해를 부각시켜 정부·여당의 실정만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세먼지특위 활동 자체가 정치공세 용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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