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윤석열 갈등설, 왜 자꾸 나오나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1 11: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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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윤 중앙지검장 사이 파열음” 소문 무성
청 “사실과 다른 지라시성 얘기”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국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는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검찰로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도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양측의 거리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그간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던 청와대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관계도 점차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앞으로 청와대와 검찰 간 충돌이 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청와대는 현재 검찰의 독점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도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강공모드에 검찰 내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문무일 검찰총장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선 ‘광역 단위의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동시에 도입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7년 10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 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2017년 10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 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檢 “‘차도살인’ 위해 죄다 우리에게 떠넘겨” 불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다소 숨죽였던 태도와 달리 검찰 일각에선 이제 노골적인 반감도 서슴없이 표출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검찰의 힘을 빼놓기 위해 개혁하겠다는 청와대와 여권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을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죄다 검찰로 떠넘기고 있다.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인지 극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주변에선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에게 맡긴 것도 검찰 내 반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윤 지검장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기수 파괴’라는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윤 지검장 발탁에 공을 들였고, 이후 청와대와 윤 지검장은 ‘적폐청산’이라는 기조하에 확실한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터다. ‘기수가 낮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윤 지검장이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러나 최근 일부 현안에 대한 입장차로 공고하던 청와대와 윤 지검장의 관계에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윤 지검장과 소통이 불편해지면서 법무부 내 핵심 간부와만 소통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서초동 안팎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과 중앙지검의 기업 수사 등을 청와대와 윤 지검장 간 거리감이 생기게 된 요인으로 꼽는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윤 지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수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사건송치, 검찰기소, 공소유지 과정까지 사법경찰과 검사가 한 몸이 돼야 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차기 검찰총장은 결국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받아들일 사람을 낙점할 것”이라는 검찰 내부의 관측과 맞물려 윤 지검장 기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강골검사’인 윤 지검장은 뼛속까지 검사인 사람”이라며 “검찰 내부가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데, 윤 지검장도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 수사는 청와대와 윤 지검장의 대치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로선 ‘경제정책 실패’라는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활성화와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올해 화두 중 하나로 ‘경제’를 잡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2기 청와대’를 이끌고 있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기업들과의 소통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움직임과 달리 윤 지검장이 이끄는 중앙지검은 기업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3차장 산하 특수2부는 지난 연말에 이어 3월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 등과 관련해 삼성물산 본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또한 현대차의 엔진 결함 은폐 의혹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1월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노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1월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靑, 아직은 尹에 대한 신뢰 두터워 보여”

이 같은 엇갈린 행보로 인해 올해 기업투자와 고용확대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청와대가 ‘마이웨이’식 기업 수사를 하는 윤 지검장을 껄끄러워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2월 수원고검장 인사와 관련해 한때 제기됐던 윤 지검장 기용설은 서초동 주변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검찰 내부에선 오는 7월 검찰총장 인사를 앞둔 청와대가 ‘기수가 낮은’ 윤 지검장의 발탁을 염두에 두고 고검장직을 거치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대체적이었지만, 일각에선 기업 수사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윤 지검장을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됐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 “삼바 등 중요한 기업 수사를 앞둔 시점에 윤 지검장을 이동시킨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정치권과 서초동 주변에선 청와대와 윤 지검장 간 관계 균열설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다. 아직은 서로가 갈라설 이유보단 함께해야 할 이유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지라시성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여권 사정에 정통한 야권의 중진 의원은 “아직은 (청와대의) 윤 지검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차기에 대한 의지도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청와대와 윤 지검장의 관계마저 틀어질 경우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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