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전쇼와 세계적 모터쇼 중간서 애매한 ‘서울모터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9 16: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터쇼 하락세에 CES와 겹쳐 경쟁력 떨어져
“완성차 전시 고집하기보단 기술․부품 소개해야”

충전기가 꽂혀 있는 자동차, 인공지능(AI) 시스템 소개 그림, 사방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자동차 조종석…. 신기했다. 그러나 새롭진 않았다. ‘국내 최대 자동차 박람회’로 알려진 서울모터쇼에 대한 첫 인상이다. 두 달 전에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이 눈에 띄지 않아서다. 

시사저널은 3월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참석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이 쇼는 개막 전부터 “역대 최대 규모”란 점을 강조했다. 실제 전시 공간은 상당히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전시장(1~5홀)과 2전시장(9~10홀)에서 총 7개 홀을 사용했다. 면적을 모두 더하면 8만㎡에 가깝다. “전시장 바깥의 부대 행사까지 즐기려면 족히 한나절은 걸릴 것”이란 주최 측 관계자의 말은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3월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2019 서울모터쇼' 미디어데이가 열리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신차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3월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2019 서울모터쇼' 미디어데이가 열리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신차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어디서 본 듯한 모터쇼

그런데 들여다보니 놀라움보단 기시감이 앞섰다. 현대와 벤츠, 닛산 등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전기차를 들고 나왔다. 모터쇼에 처음 참가하는 SK텔레콤은 5G 이동통신 기반의 자동차 기술을 선보였다. 올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때도 이미 썼던 전략이다. 기아차는 운전자의 표정을 읽고 반응하는 ‘R.E.A.D’ 시스템 체험 기구를 설치했는데, 이는 CES에서 먼저 공개돼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주제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 이번 서울모터쇼가 내세운 키워드는 ‘Sustainable․Connected․Mobility’다.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연결이 가능한, 다양한 이동수단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 기반이 되는 5G와 자율주행 기술 등은 지난 CES의 키워드였다. 또 당시 CES에 참가한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통신망 연결 자동차) 등을 통해 이동수단의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다. 서울모터쇼의 지향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 시사저널 공성윤

수적으로도 CES에 밀리는 상황이다. CES 참가업체 중 자동차 기술 분야로 분류된 곳은 총 677곳. 반면 이번 서울모터쇼의 참가업체 수는 227곳에 그쳤다. 게다가 CES뿐만 아니라 2월 말 MWC(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에서도 기술을 뽐냈던 아우디가 정작 서울모터쇼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외에 볼보, 인피니티, 폭스바겐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또한 너무 큰 전시 공간이 역설적이게도 단점으로 지목됐다. 넓은 무대에 차를 배치하다 보니 텅 빈 공간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관객들의 동선도 그에 따라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개막하고 사람들이 공간을 메워주지 않으면 실패한 쇼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이나 부품 소개로 외연 확장해야"

게다가 전시 차량 수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2017년 서울모터쇼 때는 300대 이상이 출품됐다. 반면 이번엔 270대 정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3월29일 “서울모터쇼가 아무리 규모가 크다 해도 베이징 모터쇼, 도쿄 모터쇼 등 이웃나라의 세계적 자동차 박람회와 비교했을 땐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한 자동차 전문기자 김아무개씨는 3월29일 “10년 전쯤에 인기를 끌었던 모터쇼가 3~4년 전부터 가전쇼에 관객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제 모터쇼 측에서도 B2C(기업-소비자 거래)보다 B2B(기업 간 거래)를 지향하는 추세”라고 했다. 

“서울모터쇼가 가전 쪽 전시회보다 경쟁력 없다.” 정만기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은 3월4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모터쇼가 위기에 처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 위원장은 CES를 언급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가전 전시회에서 신차를 발표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자동차 전시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숙제”라고 했다. 

다만 최근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동정론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전기차의 보급화로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자기계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터쇼의 독자 영역이 가전쇼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서울모터쇼가 부흥하려면 독창성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성차 전시를 고집하기보단 각종 이벤트나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아예 CES처럼 자동차 기술이나 전장부품을 소개하는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