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현 전 정무수석도 ‘김학의 사건’ 알고 있었다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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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차관 임명 전 곽상도 이정현 전 수석 전말 알아,당시 경찰 핵심 인사 청와대 방문해 직접 설명하기도
곽상도 이정현 "보고 받은 바 없다. 경찰 측 주장일 뿐" 부인

2013년 3월13일 김학의 법무차관 임명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물론 이정현 정무수석도 경찰로부터 김학의 사건 내사 여부, 동영상 유무 등을 상세히 보고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청와대로 경찰을 불러 대면보고를 받기까지 했다. 청와대에 들어가 직접 보고를 한 당시 경찰 고위관계자 A씨는 시사저널과 만나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동영상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동영상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경찰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내사 착수 사실을 알리기 두 달여 전인 2013년 1월7일, 시사저널은 경찰 고위관계자를 통해 김 전 차관이 등장한 성접대 영상을 직접 확인했다. 경찰도 이때부터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이보다 앞선 2012년 11월, 성접대 피해 여성인 권 아무개씨가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를 성폭행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는데, 경찰은 이를 통해 별장 성접대 사건을 포착했다.

이후 3월13일 김 전 차관은 법무차관으로 내정됐고, 3월18일 경찰은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경찰이 김 전 차관 임명 전에 별장 성접대 사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여부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이 내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곽상도 민정수석(왼쪽)과 이정현 정무수석 ⓒ 연합뉴스
2013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곽상도 민정수석(왼쪽)과 이정현 정무수석 ⓒ 연합뉴스

김기용 전 경찰청장 “내가 직접 청와대 보고 확인”

그러나 곽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 중 가장 먼저 경찰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전현직 경찰 고위관계자, 당시 김학의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 등을 통해 경찰의 청와대 보고 과정 일체를 확인했다.

2013년 3월2일,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은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별장 성접대 사건을 처음으로 물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관계자 B씨는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에서 청와대에 먼저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곽 민정수석이 김학의 동영상이 있느냐, 내사에 들어갔느냐 등을 물어봤다. (이에 대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내사는 들어가지 않았다. 동영상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3월5일,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왔던 경찰청 범죄정보과의 반기수 과장이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 반 과장은 청와대에서 김학의 사건에 대해서 물어온 사실을 김 청장에게 알려주며 당시까지 입수된 정보도 함께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4월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섹스 스캔들’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존재하고, 등장인물이 김학의 당시 법무차관 내정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이 사안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을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3월9일,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귀찬 경찰청 정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김학의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느냐”고 물었다. 당시 김 정보국장은 김학의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 수사국장에게 문의했다. 김 수사국장은 “내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김 정보국장은 이를 이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 김 수사국장도 다시 한번 곽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

3월11일, 김 수사국장은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정보를 문서로 작성해 김 청장에게 보고했다.

3월12일, 경찰 출신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김 아무개 행정관이 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김 수사국장에게 “김학의 동영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수사국장은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3월13일,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에 내정됐다. 이날 오후 5시경, 청와대는 반기수 범죄정보과장 등 2명을 청와대로 불렀다.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에서 직접 보고한 A씨는 “이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동영상이 존재하느냐, 경찰이 확보했느냐’ 등을 물었다”면서 “‘동영상은 존재한다. 그러나 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이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3년 3월2일부터 청와대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보고를 했다.
경찰은 2013년 3월2일부터 청와대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보고를 했다.

이정현 정무수석도 김학의 사건 물어봐

3월15일, 경찰청장이 갑자기 교체됐다. 김 청장의 후임으로 이성한 경찰청장이 내정됐다. 이날 이 청장은 별장 성접대와 관련된 내용을 상세히 보고 받았다. 김 수사국장은 곽 민정수석에게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사건을 내사하겠다”고 통보했다.

3월16일,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내용이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서 특수수사과로 이첩됐다. 3월18일, 김기용 전 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내사 착수를 공표했다. 3월19일, 경찰은 마침내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했다.

3월20일, 김 수사국장은 이 민정비서관에게 “영상에서 김학의를 식별 가능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 3월21일, 경찰은 동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김 전 차관은 자진사퇴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와 같은 사실을 일정부분 시인했다. 4월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민 청장은 “2013년 당시 수사 담당자들이 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면서 “(3월13일 김 전 차관 임명 이전에) 청와대에 범죄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곽상도 의원 측은 “경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정현 의원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인사 검증은 정무수석실과 전혀 무관한 일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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