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 좌초 위기
  • 경기 평택 =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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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다 예산 증가로 국비 요청 '꼼수'
해수부 '사업 반영 불가' 방침에도, 매년 "국비 달라" 생떼
어민 "정장선 시장 당선 후 추진 의지 안보여" 불만

경기 평택시가 10년 넘게 추진해오던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전국 항에서 선박 접안시설이 없는 곳은 평택이 유일한데, 그동안 사업 추진 가능성만 믿고 기다려온 해당 어민들은 사실상 자포자기 상황이다.  

평택시가 10년 넘게 추진해오던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시의 소형선박 접안시설 추진일지 ⓒ시사저널 서상준
평택시가 10년 넘게 추진해오던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시의 소형선박 접안시설 추진일지 ⓒ시사저널 서상준

평택시는 지난 2008년 현덕면 권관리 포구(평택항 내항)에 사업비 3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소형선박 접안시설과 함께 관광이 어우러진 레저 복합단지 개발 계획을 세웠다. 평택호 관광단지와 연계한 해양문화관광 및 레저기반 조성, 재해 발생시 어선 피항을 위한 접안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등 할 것 없이 선거 공약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4일 시사저널 취재결과, 선박 접안시설 조성은 애초부터 평택시 의지만으로는 추진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2008년 11월 평택시가 실시한 해양레저단지(접안시설 포함) 타당성조사에서 사업비가 당초(100억원) 보다 3배 늘어난 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확인됐고,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이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었다.

해수부의 최종 입장은 '소형선박 접안시설 단독개발 불가'였다. 해수부의 '불가 방침'은 시사저널에서 확인한 것만 2015년 이후 최소 5차례다. 해수부 관계자는 "소형선박 접안시설은 주변지역 미개발 상태로서 단독개발이 어렵다"며 "평택시가 설계한 소형선박 접안시설 건설 위치는 퇴적작용으로 인해 접안시설로서의 기능 수행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승인 없이 불가능한 사업을 평택시가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평택시는 이 사실을 감추고 "정부(해수부)로부터 해양레저단지 사업 추진을 포함한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확정고시'를 받았다", "주무부처 장관을 만나 접안시설 조기 추진을 건의했다"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2008년 이후 평택시가 내놓은 '소형선박 접안시설 추진' 관련 홍보자료만 수십 건에 달한다.

앞서 평택시는 2008년 타당성 결과가 나온 직후 '사업 추진 중단'을 심각히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약 남발' 등으로 인해 시기를 놓친데다, 시민과 어민들의 불만을 우려해 중앙정부에 국비를 요청하는 방법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 해수부의 '예산 미반영' '부정적 의견 제시' '사업비 반영 불가' 등 일관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평택시는 거의 매년 국비를 반영해달라며 '생떼'를 부린 셈이다.  

평택시 한 공무원은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한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했던 게 맞다"면서도 "지금까지 벌여 놓은 게 있어 포기할 수도 없고, (사업 추진을 중도에 포기하면)어민들의 원성을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추진 계획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당장 5년내 사업 진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시가 10년 넘게 추진해오던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김성일 전 평택수산인협회장이 낙담한 표정으로 포구를 바라 보고 있다. ⓒ시사저널 서상준
경기 평택시가 10년 넘게 추진해오던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김성일 전 평택수산인협회장이 낙담한 표정으로 포구를 바라 보고 있다. ⓒ시사저널 서상준

평택시의 무리한 사업 강행 탓에 10여 년 넘게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을 기다려온 어민들은 낙담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성일 전 평택수산인협회장은 "선박 접안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태풍이라도 불면 소형어선은 피해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해마다 어선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생계 유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고 했다. 평택시장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그는 "정장선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에는 야심차게 (소형선박 접안시설 조성 사업을)추진할 것처럼 하다가, 막상 시장이 되고 나서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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