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하노이 회담 이후 트럼프-김정은 불신 깊어져”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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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세미나 열려
“北, 풍계리·동창리 검증·사찰 받아 美과 신뢰 쌓아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가 4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4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양국 간 불신이 생겼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도에 심각한 의문을 품었다.”

통일연구원과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4월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공동주최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세미나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양국 간 이견차가 커졌다며 이렇게 밝혔다. 세미나에서 문 특보는 “기본적으로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인 리비아 모델을 희망하는데, 북한은 '살라미정책'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면서 “양국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도 자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돼온 북·미 협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의회·싱크탱크에서 북한의 협상 전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일축했다.

세미나에서 문 특보는 “북한이 경제 제재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점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해외에 나가 있는 주요 공관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제제재로 인한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협상에 있어 미국의 적극적 의지를 떨어트릴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결렬보다 그 이후 이것이 나비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밝혔했다. 그가 언급한 나비효과란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선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4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4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美 ‘빅딜’과 北 ‘스몰딜’ 간 접점 찾아야

현재로선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다. 그럴 경우 바로 아랫단계인 실무자 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4월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교착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식 빅딜과 북한식 스몰딜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문 특보는 이를 위해 신뢰구축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 및 검증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한층 줄일 수 있다. 남북이 지난해 체결한 평양공동선언 5조에 보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실험장을 폐쇄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 특보는 “최소한의 사찰,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도 가능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비핵화 협상에서는 구체적인 시간 계획표와 로드맵 수립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강조했다.

문 특보는 또 지난해 4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5월 초 미국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었는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면서 “당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 주한미군 주둔은 자주적인 문제며 평화협정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당시 '평화가 온다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주둔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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