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었는데…” 한전공대에 ‘2천억+α’ 지원 논란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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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나주시, 2000억원 ‘발전기금’과 600억대 부지 지원 논란
한전공대는 ‘전남 도립공대’?…“지원금 과다, 중앙정부·한전이 내야”

한전공과대학(켑코텍·Kepco Tech) 설립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10년간 모두 2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주시가 무상 제공하는 부지 제공비용 600억원까지 포함하면 지자체 재정지원 규모는 모두 2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립대학인 한전공대에 지자체가 수천억원대의 ‘과도한’ 발전기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양 기관은 한전대학 유치가 대규모 에너지집적단지에 기업·연구소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중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출연금이 지나치게 많아 한전공대가 전남도나 나주시가 운영하는 ‘전남 도립공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찮다.

지난 1월 한전공대 부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 1월 한전공대 부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도, 한전공대 지원계획 발표…나주시와 10년간 100억씩 지원

전남도 한전공대설립지원단은 3일 “전남도와 나주시는 대학발전기금으로 각각 10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지자체가 한전공대 개교연도인 2022년 3월부터 10년간 매년 각각 100억 원씩을 내게 된다.

재정지원금이란 한전공대를 유치한 전남도와 나주시가 대학 쪽에 출연할 발전기금이다. 한전은 최소 5000여억원에 달하는 건물 신축비 등을 부담하고, 전남도와 나주시는 연간 600억원 안팎의 운영비 중 200억원을 출연한다. 지원금은 한전공대의 산·학·연 클러스터 생태계 조성과 국내외 우수학생 유치에 사용된다고 전남도는 덧붙였다.

그러나 전남 지역민들과 전남도 안팎에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공대는 공기업 한전이 설립하긴 하지만 엄연히 사립대학이다. 그럼에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가 과도한 지원액을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전남도와 나주시가 광주시와 유치경쟁 과정에서 무리한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남도가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광주시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원금으로 ‘2000억원+알파(α·부지)’를 써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학 입지 선정과정에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키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한전공대 부지 40만㎡는 ㈜부영주택에서 나주 빛가람동 부영CC 부지를 한전공대 학교법인에 무상 제공한다. 1000억 원으로 조성된 부영CC의 56% 규모인 해당 부지는 자산가치가 560억 원에 달한다. 나주시도 연구소 및 클러스터부지로 80만㎡를 학교법인에 제공키로 했다. 이 부지 비용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빛가람혁신도시 노란 자위에 위치한 골프장 부지의 절반을 선뜻 내놓았을 때는 그만한 반대급부가 보장된 것 아니겠느냐며 나머지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특혜설 등이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도와 시의 재정부담이 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남도는 이에 대해 재정지원금 등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 부담이 있다하더라도 향후 기업 유치와 연구소 이전 등 미래 먹거리 창출과 인재육성 등 투자 효과는 지자체 재정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도변경 묵계설 등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정지원 규모는 가장 최근 개교한 울산과학기술원 설립당시 울산시와 울주군의 지원 사례를 고려했다고 전남도는 설명했다. 당시 울산시는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1500억원과 부지매입비 등 752억원을 지원하고 울주군은 매년 50억원씩 10년간 5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한국전력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

 

“없는 살림에…과도한 지원” 비판…전남도의회 “적정성 따져보겠다”

지자체가 부담키로 한 재정규모가 알려지면서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도는 조만간 해당 상임위 설명 뒤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단일 사업인 한전공대 설립에만 2000억 원 이상을 부담하기에는 재정 사정이 녹록지 않아서다.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2%, 나주시는 29%로 전국 평균(55%)에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다.

한전공대 설립비 5000억원에 비춰 과다한 액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는 대통령 공약사업을 이행하면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자치단체에 출연금까지 부담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전남도의회나 나주시의회 사전동의 과정에서 재정 부담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도의회의 경우 사립대학 건립에 수천억의 지자체 지원이 과연 적절한지, 전남지역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등 논란도 예상된다. 도의회 안팎에선 “아무리 한전공대에 대한 공감대가 높더라도 2000억 원을 넘게 부담하는 게 적정한지는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도의회는 심의 자료부족과 기일 촉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신중모드로 돌아선 분위기다. 동의안 심사를 4월 임시회에서 할 지, 다음 임시회(5월)로 넘길지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11일 폐회하는 이번 임시회 기간 내에 재정지원 동의안을 처리하기는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한 인사는 “앞선 사례인 포항공대의 경우 자치단체에 지원금을 요구한 적이 없다. 한전이나 지자체가 대통령 공약을 추진하는 데 급급해 주민한테 피해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재원은 중앙정부나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1986년 개교한 포항공대(현 포스텍)는 설립비용과 운영비 전액을 포항제철(포스코)이 부담했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전남지역에 제2의 포스텍을 설립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120만㎡ 규모에 들어설 한전공대는 학부생 600명, 대학원생 400명 등 학생 수는 1000명, 교수진은 100명 규모다. 여기에 +α(외국인 학생)로 설립된다. 산학연 클러스터 내 구축 예정인 연구시설 내 상주 연구 인력까지 고려하면 대학은 5000명 규모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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