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학의 사건에 ‘최고 칼잡이’ 내세웠지만…
  • 유지만·구민주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5 15:39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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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 식구’에 칼 댈 수 있을까”…‘김학의 사건’ 특별수사단 향한 의구심

검찰이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단을 발족했다. 현 검찰 최고의 ‘칼잡이(특수통)’로 꼽히는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현직 검사 13명 등 총 50여 명의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졌다. 수사단은 2013년 수사 당시 불거진 수사 외압 의혹과 특수강간, 뇌물죄 등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사실상 특별검사(특검) 수준의 수사단을 꾸리면서 검찰이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단의 수사 대상이 한솥밥을 먹던 인사들이기 때문에 ‘제 식구’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겠느냐 하는 지적이 많다. 여기다 과거 한 차례 수사해 무혐의나 불기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검찰 스스로가 기존의 논리를 뒤집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검찰은 3월2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와 뇌물수수 의혹, 이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단을 구성했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수사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발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만 13명이 포함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8명)이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진상조사단(7명)과 비교했을 때 더 큰 수사단이 꾸려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할 검찰 과거사 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이 2019년4월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할 검찰 과거사 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이 2019년4월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수사단장을 맡은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현재 검찰 내 ‘특수통’ 검사 중 최고로 손꼽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과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냈다.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2012년 4대강 건설사 담합 사건 등을 수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여 단장을 임명한 배경에 대해 “(여 단장은) 수사력이 출중한 사람으로 분류돼 있고, 그 강직함을 인정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범위에 대해 특정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전 김앤장 변호사(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경찰 수사 외압 혐의에 대해서만 재수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과거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 등을 수사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보면 ‘특수강간’ 여부는 이 사건의 주요 혐의 중 하나다. 과거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을 뒤집을 만한 ‘성과’가 나와야 여론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미투 운동’ 등이 주요 화두가 되면서 성범죄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은정 충주지검 부장검사는 여 단장의 과거 수사 이력을 근거로 재수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임 부장검사는 특수단이 발족한 3월29일 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면죄부 검찰의 면죄부 수사 또는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돼 참혹하다”며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몸통인 청탁자들을 빼고 최흥집 사장만 불구속 기소했을 당시 여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지휘라인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조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제 식구에게는 철저히 ‘인지상정’이 작동한다. 여 단장이 과연 이런 검찰의 생리에서 벗어나 단호한 결정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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