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밀레니얼 이해하기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9: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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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낯설었습니다. 약간 두렵기도 했습니다. 괜찮을까 싶은 걱정도 들었습니다. 편집국 회의실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시사저널 표지 중에 이 같은 사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불안과 함께 야릇한 설렘도 줍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이번 호 표지 이야기입니다. 

시사저널 1538호 표지

표지 이미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기자들의 판단을 믿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하기 전 조유빈 기자는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 관련 이미지를 다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며 휴대폰을 내미는데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옆에 있던 김종일 기자가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국장 세대가 보기에는 낯설 수도 있는데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괜찮을 겁니다. 재밌을 것 같은데요.” 

이어 조 기자가 회심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갑분싸가 뭔지 아세요? 이생망은요? 싫존주의는?” 10명쯤 회의를 했는데 2~3명 빼고는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짐작하셨지요? 모르는 이들은 저 포함해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 기자들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밀레니얼 세대는 보통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습니다. 20~30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은 ‘보릿고개’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태에서 태어나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된 세상에 사는 세대들입니다. 우리 사회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나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가정과 안정이라는 가치에 주목합니다. 기성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화에서 성장했으니 생각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둘 다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생활하다 보면 어떤 때는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호 기사를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물론 다는 아니고 ‘어느 정도’입니다. 

우리 사회는 소통이 잘 안되는 불통 사회입니다. 정치권부터 여야가 소통을 하지 않으니 날이면 날마다 상대를 공격하기 바쁩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가정에서나마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모가 먼저 자녀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표지의 단어 문제는 몇 개나 맞히셨는지요? 설마 하나도 못 맞히신 것은 아니겠지요? 고백하건데 저는 하나도 못 맞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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