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에 낀 한국, 어떤 선택 해야 하나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7 11:00
  • 호수 15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국내에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오가면서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 좀 있다. 젊은 층에서는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성현 박사가 눈에 띈다. 미국 그리넬대와 하버드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수료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등을 거쳤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내 유력 매체에 중국에 대한 정치 칼럼을 써오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중국편》을 출간했다.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중국편│이성현 지음│책들의 정원 펴냄│295쪽│1만6000원 ⓒ 조창완 제공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중국편│이성현 지음│책들의 정원 펴냄│295쪽│1만6000원 ⓒ 조창완 제공

국방·외교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울었다

“그간 우리나라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공식이 유효하지 않은 새로운 국제질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좀 약하다는 것이 이 책을 쓴 동기입니다.”

그가 던진 문제의식은 의외로 강경했다. 지금까지 큰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는 괜찮은 상황으로 알았는데,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더욱이 국방이나 외교는 미국에 기울었고, 경제는 지나치게 중국에 경사됐다. 중국과 홍콩을 합치면 우리 수출의 30% 넘게 차지하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꼭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일까.

“두 나라는 이제 명확한 한국의 입장을 요구하는 게 눈에 띕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나라, 미국에 가까운 나라와 기회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로 나누려는 게 보입니다. 기회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에는 일침을 가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고 우리나라를 그렇게 봅니다. 이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는 기회주의적 베팅보다는 국가 이익에 기반한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자학적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경쟁에서 승자로 예상되는 쪽에 베팅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익에 의거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국민 공감대와 국가 역량을 결집해 ‘리더가 부재한 세계’에서 일관성 있고 슬기로운 외교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이번 책에서 필자가 자주 이야기하는 단어 중 하나가 ‘G-제로 시대’다. 앞서 말한 ‘리더 부재의 세계’의 맞는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이 원인을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선진 국가들의 쇠퇴, 개발도상국들의 자국 중심주의로 본다. 트럼프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지배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중국도 새로운 리더십을 주지 못하니, 무주공산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입장에서 선택이 명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단적인 것이 사드 문제다. 그는 사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할까. 

“사드 문제를 인식할 때 참고로 볼 나라가 두 곳입니다. 한 나라는 인도입니다. 인도는 미국의 요구에 반하면서 사드보다 성능이 좋은 소련제 요격 시스템인 S-400을 도입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보복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선제적인 제재 유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양해해 주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 역시 인도와 거리를 두지 않습니다. 이건 13억 인구와 세계 5위 경제력을 가진 나라를 적으로 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미·중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국력은 작지만 싱가포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외교의 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절대 중국식 사회주의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마라, 대신에 중국과는 절대 척을 지지 않고, 예측 가능한 외교정책을 하겠다는 믿음을 준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70%가 중국계여서 ‘친중국’일 것 같은데, 오히려 미국과 우방관계입니다. 그러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영민한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의 사드는 무엇이 달랐을까. 한국의 사드 도입은 중국에 전혀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강하다. 2016년 7월 도입 결정 발표나 2017년 2월말 성주 골프장 부지 배치도 중국의 양해가 없는 상태였다. 더욱이 성주 골프장 부지 결정은 국가 최고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사드 파동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갈등 구조 속에서 러브콜을 받기는커녕, 한국 외교가 미·중 갈등에 취약함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중국은 한국 사드 철폐 여부를 한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의 척도로 보는 반면, 미국은 사드 배치를 굳건한 한·미 동맹의 척도로 보았던 겁니다. 배치되자 중국은 보복으로 나왔고, 미국은 ‘방관’으로 나왔습니다. 당연히 한국은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 전과’가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속시켰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가는 미국을 당혹하게 했고, 이후 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을 당혹하게 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은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라고 했지만, 미·중을 모두 오가는 학자로서 한쪽으로 몰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힌트들은 있다. 


“답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힌트는 있다”

“우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중 간 대결이 한순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건별로 경쟁과 화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근원적으로 두 나라는 모든 면에서 대결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피터 나바로 등 트럼프 정부 대중 전문가들이 ‘선과 악’의 구도로 중국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의 인권, 언론탄압, 장기 적출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겁니다. 반면에 중국은 그간 자신들의 세계화가 미국화였다는 점을 깨닫고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육로와 해로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등이 가장 기본적인 방향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