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열심히’의 개념 달라 능력 발휘할 자율과 권한 줘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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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저자 이은형 국민대 교수

‘노예 활동.’ 회사의 토요일 봉사활동 일정은 어느 날 신입사원에 의해 이렇게 명명(命名)됐다. 선배 사수는 봉사활동을 넘어 ‘단합’으로 생각했는데, 후배 부사수는 ‘동원’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후 술자리에서 ‘주말 수당’을 얘기한 후배를 꾸짖은 선배는 그 회사의 익명 게시판에서 도마에 올랐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이곳만의 특수한 사건일까?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문화로 무장한 신인류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직장에 상륙’ 해 ‘직장과 충돌’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직장은 무조건 헌신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회사와 자신은 계약을 맺은 동등한 관계다. 퇴근 후 삶은 직장생활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한때는 ‘젊은이’였던 부장님과 신인류로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어울려 ‘잘’ 일하는 법은 뭘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를 찾았다. 기자와 공무원을 거쳐 교수로 정착한, 독특한 인생 이력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트레바리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신인류의 ‘다름’을 체험했다. 기성세대로서 그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신인류를 이해할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자유’와 ‘개인’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택의 자유’와 능력을 발휘할 권한을 부여할 것을 강조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밀레니얼 세대의 핵심 특징은 뭘까.

“밀레니얼 세대는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며, 최초의 글로벌 세대다. 이들은 어린 시절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성장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습득한 세대다. 한마디로 ‘통제권’과 ‘자유’를 누리며 성장한 세대다. 그러면서 전 세계와 연결돼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랐다. 진정한 글로벌 세대다.”

이런 특징들이 어떤 의미가 있나.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왜 나오게 됐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댓글을 달며 상대의 나이와 직급,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대등하게 ‘맞짱 뜨는 커뮤니케이션’에 이들은 익숙하다. 그러면서 어떤 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랐지만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은 ‘자유’와 ‘개인화’라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특징에도 다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자유와 개인화다. 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어렵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고 외치는 신인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전략은 뭘까. 

“기성세대가 알아야 할 것은 ‘열심히 산다’의 개념이다. 기성세대가 열심히 산다는 것은 ‘많은 시간의 투입’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조직에 충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시대의 성공 방정식이자 가치다. 그런데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옷을 잘 고르고, 잘 입는 패셔니스타로서의 장점을 살려 창업했다. ‘3CE’라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사업 다각화도 성공했다. 결국 로레알이 6000억원에 스타일난다를 인수했다. 어른들의 일하는 방법, 노력하는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어른들이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에 동조하지 못한다. 어른들 방식의 노력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율과 권한을 주면서 의미 있는 작업을 맡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맡기고 마음껏 시도해 보도록 해야 한다. SBS의 스브스뉴스가 그렇게 탄생한 성공작이다.”

조직으로서는 위험부담이 있을 텐데.

“전 세계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가장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를 모른 채 기업이 지속 가능할까. 밀레니얼 세대 고객에 대한 대응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금 당장 이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겨보기를 권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크게 인정하고 축하해 주고, 조금씩 프로젝트의 크기를 키워간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강점이 많은 세대다. 과업의 취지, 명확한 요구사항 등을 잘 설명해 주면 그들은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아이디어와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칭찬한다면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이 즐거우려면 ‘공간을 재구성하고 업무를 재구축하라’고 했다. 

“딱딱하고 전통적인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업무만 해야 한다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은 ‘숨 막힌다’고 느낄 거다. 공간을 재구성하고 업무를 재구축하는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자유, 재미, 협업, 공유 등의 가치를 채워주기 위함이다. 공간을 재구성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주고 재미도 추구할 수 있다. 업무상의 자율, 운영상의 자율을 주는 대신 성과에 대한 정의, 성과 달성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통해 성과와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잘못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줄 때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로부터 ‘잘한다’는 칭찬과 ‘너는 뭐든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받고 자랐다. 늘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와서 ‘너 왜 일을 이따위로 해’라는 식의 막말을 들으면 정말 큰 좌절에 빠진다. 그러므로 피드백을 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인이 먼저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게 좋다. 일을 할 때도 과정을 세분화하고, 작은 성취라도 이루면 칭찬하고 인정하는 게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말씀드리면, 많은 기성세대 분들께서 ‘우리만 그들을 이해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한다. 저는 이들이 무조건 옳다거나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들은 세대를 건너뛰는 잠재력과 강점을 갖고 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인문학적 소양, 공동체 의식, 참을성, 거시적 관점 등이 부족하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도우면서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면 세대 차이가 오히려 성장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조직들이 이를 이해한다면 훨씬 더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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