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성 교수가 말하는 기업들의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11:24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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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 “조금은 저열하고, 약간은 유치한 B급이 그들을 파고들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즐거움 느끼는 서비스 연구·개발 필요”

밀레니얼 세대는 가성비와 과시적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실속형 소비와 가심비도 추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시사저널은 3월25일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를 만나 기업들의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을 들어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성향이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존감이 높다. 자기가 좋아하고 만족한다면 아낌없이 돈을 쓴다. ‘자기만족’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 모바일 환경 속에서 소비와 관련된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특성을 가진다.”

5000원짜리 밥을 먹고 1만원이 넘는 케이크를 먹고, 6개월 일해서 해외여행을 간다.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성향을 보이는데.

“밀레니얼 세대는 현실 지향적이다. 경제사회와 소득 양극화가 그 배경이다. 예컨대 지금 이 세대가 결혼을 해서 집을 사려고 하면 억대의 돈이 필요하다. 그런 돈을 벌 수 없다면 현실을 더 즐기고, 비슷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 등을 통해 자기 대신 체험해 주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세대들이 중시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가치, 새로운 형태의 체험이다.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하는 콘텐츠를 담아 소통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모바일 영상을 보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만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8초 만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빨리 느낌이 전달되는 언어도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커뮤니티 리더, 창조자라고도 불리는 이들과 협업해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다. 소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라고 해서 인플루언서들이 현장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지 촬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다. 전문가 의견이 삽입되면서 사람들은 열광하고, 구매 의욕은 올라가며,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진다. 개인방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플랫폼 제작은 앞으로 더 다양하게 창조되고 심화될 것이다. 또 개인방송 플랫폼 사업과 방송 전문인력과의 협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들이 연구되면서 새로운 유통 분야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 본다.”

팔도의 ‘괄도네넴띤’, ssg닷컴의 ‘쓱’, 배달의민족의 ‘치믈리에’ 등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마케팅 방식이다.

“새로운 광고 형태다. 조금은 저열하고, 약간은 유치찬란한 B급 문화다. 그럼에도 A급 홍보 이상의 반응이 나온다. SNS를 통한 확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중한다면 판매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논리정연하지 않지만 청량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언어적 파괴, 체계의 파괴가 긍정적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비속어, 비논리가 기성세대와의 건전한 소통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조건 부정적이기보다는 새로운 세대가 사회에 저항하는 요소로도 판단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이 사고하고 발음하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심비와 가성비를 모두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 연구․개발의 영역이 필요하다. 그들이 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LG생활건강의 ‘엘지 빡치게 하는 노래’도 젊은 세대의 호응을 받았다.

“광고를 처음 보면 미친 사람들 같다. 사회에서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소통, 그것을 보여준 예다. 나는 할 수 없는 걸 이들은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기에 재밌다면, 그것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논리적이지만 사이다 같은 느낌을 주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준다면 몇 초만 광고를 한다고 해도 그게 통하는 것이다. 진화 형태도 다양하다. ‘애견산업’ ‘이빨청춘’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다 때가 있어, 때수건’ ‘이게 다 거품이야’라는 비누 광고. 언어유희는 웃음을 준다. 웃음이 구매로 이어지는, 7~8년 전에 유행했던 펀 마케팅이 다시 연결되는 중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공정성’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갑질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에 열광한다.

“사회적 가치를 띤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가성비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가 탐스 같은 취약계층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자활을 돕는 기업들을 옹호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런 조건들을 기업이 반영하게 되면서 사회가 혁신적으로 변한다. 젊은 세대들이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사람들을 진찰하고 드론으로 약을 배포하는 과정을 통해 드론 규제가 풀렸고, 결국 소비의 편의성이 글로벌하게 됐다. 기업은 밀레니얼 사회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트렌드를 개발해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한다.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확산된 것도 젊은 세대의 니즈에 따른 것이다.”

국내외 기업 중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잘 얻고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색다른 마케팅도 그렇고, 업계 최초로 35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유통업에서 이 같은 결정은 대단하다. 이용자 수가 900만 명, 이용 건수가 2800만 건에 이르고, 20억원 넘게 기부를 한다. 1인 가구와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에 편승한 점도 있지만, 그걸 미리 내다봤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혁신 기업이 나오려면 규제가 풀려야 하고, 새로운 공생과 협업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대에 주효하게 작용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 체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국내 기업들은 체험과 공유를 기반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밴드를 통한 판매, 미분화된 맞춤형 시장 생성도 그 예다.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적재적소를 파악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없애줘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생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방송과 언론, 콘텐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새로운 엔터테이너들이 나와 세상을 이끌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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